언제쯤 일터로…'희망고문' 된 쌍용차 해고자 복직
'2017년 상반기 전원 복직' 합의 이행 불발…"1인 시위·원정투쟁 검토"
(평택=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겠지'라며 확신에 찼던 기대는 이제 희망 고문이 됐습니다."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160여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킨다는 쌍용차와 해고자 간 합의의 이행이 끝내 불발됨으로써 쌍용차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009년 법정관리에 이은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2015년 12월 사측과 해고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 등 4대 의제를 놓고 6년여 만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들은 신차 출시 등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인력 4의 비율로 올해 6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해고자들이 소속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기업노조, 쌍용차(노·노·사)는 복직점검위원회를 구성, 매월 회의를 열어 인원 충원 계획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합의안 도출 이후 복직자는 지난해 2월 1차 18명과 올해 4월 2차 19명에 그쳤다. 지난 6월 말로 합의안 이행 시점이 지났지만 여전히 130명의 해고자가 기약 없는 복직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3일 열린 복직점검위원회 회의에서 사측은 "당장 예정된 추가 복직 계획은 없다"고 해고자 측에 알렸다.
회사는 한층 강화될 정부의 경유차 규제를 앞둔 상황 등을 공유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6일 "해고자들은 2015년 말 합의안이 도출하고 나서 1년 6개월만 기다리면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라며 "예정된 전원 복직 시점이 지난 현재, 합의 이행에 대한 회사의 명확한 입장이 없다 보니 해고 노동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사정으로 복직 시점이 미뤄지게 되더라도, 이미 수년째 기다리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회사는 '노력하고 있다'라는 말 대신 구체적인 전원 복직 시점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에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은 어느덧 30대가 됐고, 30대는 40대가 됐다.
마냥 복직만 기다릴 수 없어 대부분 생업 전선으로 뛰어들었으나, 나이 제한에 걸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택시에 삼성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최근까지 많은 해고자가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일부는 밤늦은 시각에도 나가 대리운전 일을 한다.
회사와 합의안을 도출하기 전 해고자들은 시민사회단체 또는 기업 등 각계각층에서 전달되는 후원으로 큰 생계 걱정 없이 복직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합의문 타결 이후 전원 복직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해고자 문제가 해결됐다는 인식이 퍼져 도움의 손길은 10분의 1로 줄었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어 국가로부터 16억여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현실도 이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해고자들은 손배소 철회와 전원 복직 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올해 1월 서울 광화문으로 나가 농성에 돌입했지만, 복직 약속 시점이 지난 현재, 복직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으로 온 상태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1인 시위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또 회사가 계속해서 뚜렷한 복직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쌍용차 모기업 마힌드라 그룹이 있는 인도로 해외 원정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일부 조립라인은 주 근무시간이 60시간이 넘는데 그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심야노동을 없애 일자리를 나눈다면, 나머지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해고자들의 복직 주장은 '일상을 돌려달라'는 외침으로, 사측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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