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 가시화에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

입력 2017-06-18 07:02
외고·자사고 폐지 가시화에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

대구국제고 설립 불투명…시설 투자 600억 계성고 당혹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새 정부 공약인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분위기가 가시화하자 일선 교육 현장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중국 전문 인재를 양성할 특목고 설립이 불투명하고 시설 투자에 600억원을 들인 자사고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8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중국 중심 대구국제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국제고는 2012년 9월 교육부가 대구 북구와 달서구를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함에 따라 짓기로 한 공립 특목고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관련한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설립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사업 계획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시교육청은 이를 본격 추진했다.

현재 360억원을 들여 북구 국우동 1만7천여㎡ 터에 18학급 규모 시설을 짓기 위해 공사 실시설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착공하지 않아 개교조차 못 할 위기에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새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중국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고, 교육 특구에 설립한다는 점에서 일반 국제고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2019∼2020년 재지정을 앞둔 대구외국어고와 4개 자사고도 앞날이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2009년 자사고로 지정받은 계성고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중구에서 서구로 이전하고 기숙사를 건립하는 데 600억여원을 투입한 상태라 당황스럽기만 하다.

계성고 관계자는 "정부 자사고 정책을 믿고 외곽지로 옮겼는데 일반고로 전환하면 누가 오겠느냐"며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외국어고나 자사고를 폐지하면 우수 인재 역외 유출과 지역 간 교육격차가 심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외국어고나 자사고를 없애도 자립형 사립고나 과학고를 그대로 두면 인재 역외 유출이 심해진다"며 "대구 안에서는 수성구 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고 서열화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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