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비리폭로 재벌'에 中기업 9곳 미국서 소송

입력 2017-06-14 12:53
'지도부 비리폭로 재벌'에 中기업 9곳 미국서 소송

궈원구이 "추가 폭로 막기 위한 압박" 비판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에서 중국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연달아 폭로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50)를 상대로 중국기업 9곳이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징 청젠우(城建五)건설그룹 등 중국의 9개 건설사는 지난 9일 미국 현지 변호사를 통해 미국 뉴욕주 고등법원에 궈원구이를 상대로 2억7천만 위안(44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궈원구이와 그가 지배주주인 판구(盤古) 인베스트먼트, 정취안(政泉) 홀딩스를 상대로 불법 자금이전, 부당이득 취득, 채무 미변제 등 17건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궈원구이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던 업체들이다.

이들은 또 법원에 궈원구이가 개인 명의 재산을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커벙 퉁(董克文)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중국 법원의 판결을 미국에서 집행 가능한지에 대한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9개 업체 중 일부는 이미 중국 법원에서 궈원구이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며, 궈원구이의 회사로 하여금 손해를 배상토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궈원구이는 중국 다롄(大連) 법원에서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사기 대출 혐의 재판과 함께 두건의 송사에 얽매이게 됐다.

최근 궈원구이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가족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등장했던 하이항(海航)그룹(HNA)도 궈원구이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궈원구이는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궈원구이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왜 9곳 밖에 되지 않느냐"며 자신이 모두 145개 기업과 채무 분쟁이 있고, 그 액수도 180억 위안에 달한다고 전했다.

궈원구이는 자신에 대한 잇따른 소송 움직임을 추가 비리 폭로를 막기 위한 중국 지도부의 압박으로 여기고 있다. 궈원구이는 여러 중국 지도층 인사의 비리 스캔들을 폭로하며 자신도 일부 비리 사안에 연루돼 있다고 자인한 바 있다.

궈원구이는 오는 16일 중국 지도부에 대한 또다른 비리 의혹 폭로를 예고한 바 있다.

궈원구이는 지난 4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왕치산 서기와 멍젠주(孟建柱) 정법위원회 서기의 부패 연루 혐의에 대한 조사를 푸정화(傅政華) 공안부 상무부부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왕 서기 부인이자 혁명원로 야오이린(姚依林)의 딸인 야오밍산(姚明珊)이 조카를 통해 하이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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