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한국문화원장 인사, 돌연 취소…靑 개입 의혹" 주장
용호성 주영국 한국문화원장 증언…김기춘 측 "증명된 사실 아니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청와대가 외국 주재 한국문화원장 인사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용호성 주영국 한국문화원장이 법정에서 증언했다.
용 원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2014년 10월까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산하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용 원장은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장 자리에서 취소됐다고 (임명을) 5일 앞두고 교육비서관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용 원장은 "이미 살고 있던 집 임대 계약을 하고 비행기 예약에 현지 주택 가계약을 마친 상태였는데, '너는 못 나간다'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공직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토를 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용 원장은 2014년 11월 뉴욕 한국문화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였으나 돌연 취소됐다. 이후 문체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기획운영단장으로 옮겨갔다. 사실상 좌천 인사로 평가되는 자리다.
용 원장은 "김기춘 전 실장이 부임한 이후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 여러 기조가 강조돼 실무 부담을 느꼈는데도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여서 오래 전부터 가고 싶던 뉴욕 한국문화원장에 지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1·2·3차 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외교관 여권까지 받았는데 돌연 '너는 못 나간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내가 지원자 중 2등과 압도적 차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돌연 취소 통보를 받은 구체적인 이유는 용 원장 자신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했다.
용 원장은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체비서관이 내게 여러 차례 '당신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얼마 전 물러난 유진룡 문체부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사람 아니냐'는 얘길 여러 차례 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유진룡 전 장관과의 친분이나 진보 예술계 인사와의 교분, 2014년 후반부터 내가 (윗선의) 지시를 지연하고 회피한 것 때문인지 아직도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그 일로 인해 임대차 계약을 번복한 것을 물어내는 등 2천∼3천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다만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이 "이것(인사 불이익)이 증명된 사실이라 생각하나?"라고 묻자, 용 원장은 "내 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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