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소요 부른 美퍼거슨 총격사건 진실 규명할 새 동영상 공개

입력 2017-03-14 01:08
흑인소요 부른 美퍼거슨 총격사건 진실 규명할 새 동영상 공개

한 다큐 감독이 희생자 절도 혐의 반박할 편의점 거래 화면 찾아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이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윌슨은 총을 쏘지 말라고 두 손을 든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 흑인 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경찰은 브라운이 절도 용의자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퍼거슨 시에서는 흑인 소요 사태가 발생해 야간통행금지 등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제2의 로드니 킹' 사태로 불리며 미 전역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당시 총격 사건을 촉발하게 한 브라운의 절도 혐의를 새로운 논란거리로 만드는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제이슨 폴락이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만든 이 동영상에는 브라운이 숨진 당일 오전 1시 13분께 경찰이 담배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한 편의점에 들러 점원들에게 작은 봉지에 든 마리화나를 건네주는 화면이 나온다.

브라운은 잠시 후 다시 이 편의점 카운터에 찾아와 자신이 맡겨둔 듯한 담배를 가져간다.

폴락은 "이 비디오 영상이 미리 공개됐다면 브라운이 편의점 절도를 저지른 뒤 윌슨의 총격을 받았다는 사건 구성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브라운이 점원들에게 마리화나를 주고 담배를 받아가는 일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편의점은 평소에도 마리화나와 담배 거래가 많았던 곳으로 지역사회에 알려져 있다고 폴락은 주장했다.

동네 10대 청년들이 점원들을 상대로 마리화나와 담배를 거래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당시 퍼거슨시 경찰은 브라운이 사망 직전 상점에서 담배를 절도하는 행위를 담은 폐쇄회로(CC) TV 화면을 공개해 유족과 흑인사회를 분노하게 했다.

브라운의 아버지는 "새 동영상은 경찰이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편의점과 점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폴락의 새 동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점원들이 브라운에게 마리화나 봉지를 내던지는 장면을 고의로 누락시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동영상이 공개되자 퍼거슨 시에서는 약 100명의 시민이 사건이 발생했던 상점 주변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퍼거슨 시 경찰은 새 동영상에 대해 공식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총격이 일어나기 전 편의점에서의 상황은 엄밀히 말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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