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미FTA 5년, 호혜적 교역 기조 이어가야
(서울=연합뉴스) 한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그동안 FTA로 상당히 큰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665억 달러(한화 77조 원 상당)로 FTA 발효 전인 2011년보다 8.2% 늘었고 대미 수입은 432억 달러로 3.0% 줄었다. 미국의 수입품 중 한국산 점유율은 이 기간 2.6%에서 3.2%로 상승했고,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116억 달러에서 233억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입 중 미국산 점유율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미국은 한국과 무역에서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 수지 흑자는 109억 달러에서 141억 달러로 늘었다.
한미 FTA 추진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협상 방침이 전해진 2006년 초부터 협정이 발효된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선 반대 운동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결정된 2008년 5월부터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100일 넘게 계속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엄청난 저항에 부딪쳐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맹장 수술비 900만 원, 감기약값 10만 원" 같은 괴담들이 나돌아 반대 여론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런 괴담 대부분이 사실무근의 헛소문에 불과해 허탈하다.
최근에는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이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 쪽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대외 무역협정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애써 의미를 평가절하하지만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근거 없는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 정부에 FTA의 호혜적인 측면을 충분히 설명해 재협상 기류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온갖 악재에 휩싸여 있다. 가계부채가 1천3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리 상승 압력도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작년 12월에 오른 데 이어 이달 15일(현지시간) 한 차례 더 인상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8개월째 동결하고 있는데 미국이 또 금리를 올리면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가 4월 의회에 제출할 환율보고서도 걱정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 독일, 일본, 스위스, 대만과 함께 한국을 환율 조작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4월에 도래하는 대우조선의 4천400억대 회사채 만기도 심각하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4월 위기설'이 나도는 이유는 이런 악재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대선 전 국정 공백 등도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업무 이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경제난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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