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한중일 순방 때 기자단 동행 거부…주류언론 집단반발

입력 2017-03-12 17:16
美국무 한중일 순방 때 기자단 동행 거부…주류언론 집단반발

공식사유는 '비행기 협소'…"언론자유·수십년 전통 깬 어리석은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중국·일본 3국을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순방길에 기자들을 동행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국무부는 곧 일본(15∼17일), 한국(17∼18일), 중국(18∼19일)을 차례로 방문하는 틸러슨 장관이 3국 순방길에 기자를 한 명도 데려가지 않을 방침을 최근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틸러슨 장관이 순방단에서 언론을 뺀 이유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국무부 관계자는 "(기자들을) 수용하기에 비행기가 너무 작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에 워싱턴DC에 상주하는 주요 언론 12개사는 국무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 현안 취재를 막는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이 상황은 회동에 관한 이야기 공개를 한·중·일 외교부에게 맡길 뿐 아니라 각국 지도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볼 시야를 미국인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순방 취재를 원하는 기자가 개별적으로 순방국을 방문하는 것은 비자, 항공편 일정, 취재 장소 출입 제한 등의 문제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서한에는 WP, 뉴욕타임스(NYT), CNN, 폭스뉴스, AP통신 등 미국 언론뿐 아니라 영국 BBC와 프랑스 AFP통신 등 외국 주요 언론도 이름을 올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언론 동행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계획을 비판했다.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사드 일부 장비의 배치가 개시되면서 중국의 보복이 거칠어지는 시점이어서 틸러슨 장관의 3국 순방은 주목받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3국 방문 기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WP는 11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틸러슨 장관은 수십 년의 전통을 깨고 순방단에서 언론을 제외하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해 그의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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