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꺼놓고도" 메타폴리스 '소방경진대회 최우수상'(종합)

입력 2017-02-05 23:41
수정 2017-02-05 23:42
"소방시설 꺼놓고도" 메타폴리스 '소방경진대회 최우수상'(종합)

주민들 "소방시설 꺼놓고 버젓이 소방관리 잘한다고 발표할 수 있나" 비난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화재로 4명이 희생된 경기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가 사고 이틀 전 화성소방서에서 주최한 화재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업체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업체는 원활한 철거작업을 위해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를 꺼놓고도, 소방안전 대회에서 마치 소방시스템을 완벽하게 구비한 것처럼 발표해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허위 발표' 논란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 화성소방서는 지난 2일 청사 내 소회의실에서 대형 업체 자율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대형화재취약대상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경진대회는 자체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화성지역 8개 대형 업체가 참여해 화재예방 대책을 발표한 뒤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체 소방 대응 시스템을 홍보하고 그 내용을 심사해 평가하는 것이어서 실제 방재 시스템 구축이 발표 내용과 일치하는 지는 소방당국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대회에서 메타폴리스는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최우수 시설로 선정됐다.

메타폴리스는 직원들의 소방의식, 소방훈련 정도, 소방시설 관리 등에 대한 발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 4일 오전 부속 상가 3층 옛 뽀로로파크 철거작업 현장에서 불이 났고, 이 불로 51명의 사상자가 났다.

불이 난 직후 일부 목격자들은 "화재경보가 10분가량 늦게 울린 것 같다"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관리업체 직원들이 허둥대느라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증언을 쏟아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관리업체측이 철거작업 중 오작동을 우려해 지난 1일부터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유도등 등을 꺼놓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진대회에서 관리업체의 발표 내용은 허위 사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타폴리스가 화재 안전환경 조성 최우수 업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메타폴리스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지역 인터넷 카페와 관련 기사 댓글 등을 보면 화재에 엄청나게 취약하다고 평가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어떻게 소방시설을 꺼놓고도 버젓이 소방서 경진대회에 참가해 소방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지역 소방서가 개최한 대회라면 권위 있는 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상을 줄 정도로 소방 대응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었다면, 이렇게 인명피해가 크진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 대회가 소방 시설을 현장확인해서 심사하는 것이 아니니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지, 만일 현장 실사가 있었다면 소방시설을 꺼놓은사실도 드러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경진대회는 지역 대형 업체들의 소방의식 환기 차원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 것이었다"라며 "발표에서 메타폴리스측이 소방에 대한 의식이 있고, 직원 훈련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발표해 그 내용을 믿고, 앞으로 더욱 안전하게 관리해달라는 의도에서 상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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