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설연휴 앞두고 '애국행보'…개헌론자 김형오와 환담
보수층 결집 꾀해…"정치, 사회행태, 문화 바꿀 좋은 기회"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직전인 26일 백범 김구 선생과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4말5초' 조기대선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대선 전 마지막 명절이 될 설 연휴를 앞두고 보수세력 집결을 노리는 '애국행보'의 성격이어서 눈길을 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용산구의 백범기념관을 찾았다.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역을 참배한 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환담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전날 토론회에서 '대선 전 개헌'을 주장, 제3지대에서 '반(反) 문재인' 세력을 모아 '개헌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반 전 총장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전 의장을 만나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국민이 이렇게 실의에 빠지고 지도자에 대해 실망하고,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번이 정치나 사회의 행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모든 것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야 한다"면서 "더 떨어지면 나라의 존망이 위험하니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날 행보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 연휴의 '차례상 민심'을 잡기 위한 성격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런 애국 행보가 보수층 집결과 답보상태인 지지율 반등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날 문화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과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1.2%로 반 전 총장(16%)을 15.2%포인트 앞섰다.
그동안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영·호남을 어우르는 지역일정을 소화했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등 동선이나 접촉대상 면에서 여러모로 '대통합'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범여권 대선주자가 될 반 전 총장이 애매모호한 정치적 행보로 자칫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귀국 직후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했던 반 전 총장이 최근 들어 자신의 정체성에 있어 '보수'에 방점을 찍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반 전 총장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시장경제 원칙이라는 헌법적 가치 하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이런 면에서는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확고한 보수주의자"라고 밝혔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소외계층의 민심을 살핀다는 취지로 용산구의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찾는다.
yk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