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잔치 벌이던 게임사…사업도 인력도 구조조정

입력 2023-02-08 19:03
수정 2023-02-08 19:03
<앵커>

지난해만 해도 서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채용 전쟁을 벌였던 게임업계가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시장이 주춤하자 인건비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인력 감축은 물론 사업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최근 한 게임사에서 직원들에게 당일 해고를 통보했다는 논란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키런' 게임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에서 지난주 불거진 이야기인데요.

직원 40여명에게 오후 1시에 해고를 통보하고, 퇴근 전까지 장비를 반납하라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가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온 겁니다.

<앵커>

개발자들의 이직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알고 있는데, 당일에 퇴사를 통보하는 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회사 측에선 당일 해고가 아니라, '마이쿠키런'이라는 프로젝트의 중단 사실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내용을 전달하며 직원들의 회사 계정을 정지하다보니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죠.

이에 사측은 부서 이동을 위해 직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해당 직원들에게 사과했는데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엎더라도 미리 사실을 알리고 직원 면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나쁜 선례가 계속해서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비슷한 선례가 계속 생기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임 이용자들과 주주들의 기대를 받아온 신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건데요.

웹젠은 지난달 초만해도 '기대작'으로 꼽혀온 프로젝트 M의 개발 중단 소식을 전했고, 3N으로 대표되는 대형사들도 잇따라 신작 개발 중단 소식을 전했습니다.

해당 게임사들은 "시장 상황과 사업성 등을 검토해본 결과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 기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원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지는 것이지 않습니까?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선 개발자 모셔오기에 혈안이었는데,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킹스레이드'로 유명한 게임사 베스파의 사례인데요.

베스파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 1,200만 원을 인상했지만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현재는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넷마블도 임직원들의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한 이후 올해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영 악화의 모든 원인을 연봉 인상에서 찾을 순 없겠지만,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크래프톤은 다음달부터 조직장들의 연봉을 동결하고, 넷마블도 계열사 인원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국내 상황을 살펴봤는데, 해외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말 트위터를 인수한 다음, 하룻밤새 직원의 절반 가량을 해고하지 않았습니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빅테크에서도 1만 명 이상의 인력을 해고하며, 국내에 비해 더한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게임사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에선 CEO를 포함해 인력의 20%를 감축했고요.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해 EA 등 게임사도 50명~100명 가량 인력을 줄였습니다.

<앵커>

전세계적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건데, 이렇게 이뤄낸 비용 절감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력 감축을 통해 고정비용이 줄어든다면, 당장의 수익성은 개선될 겁니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든지, 신작 개발이 늦춰진다면 주가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죠.

그래서 넥슨게임즈는 올해 300명가량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고, 네오위즈도 신작 개발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신작 개발에 힘을 싣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게임사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당분간 게임뿐만 아니라 IT 업계에 찬 바람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