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두산…밥캣 인수부터 계열사 매각까지

입력 2020-12-02 17:35
수정 2020-12-02 17:35
<앵커>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3조원 마련을 위한 계열사 매각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는데요

자구안 이행 이후 부실을 턴 두산 그룹의 미래의 모습은 어떨지 오늘 이슈플러스에서 점검해 보겠습니다.

먼저, 두산그룹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구조 개편 내용을 신용훈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1896년 창립 이후 120여 년간 사업을 영위하며 동화약품과 함께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그룹.

2000년대 들어서며 가업인 식음료를 버린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뒤 2003년에는 현 두산건설의 모체인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했고, 2005년에는 현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중공업 그룹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수 처리 기업인 AES사(2005년 인수)와 건설장비 기업인 밥캣(2007년 인수), 가스터빈서비스 업체인 ACT 인디펜던트 터보 서비시스(2017년 인수) 등 최근 15년간 거의 매년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중공업 분야의 내공을 쌓았습니다.

한 해가 멀다하고 추진된 해외 기업 인수는 결국 두산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2007년 진행된 밥캣 인수금액은 49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5천억 원에 이릅니다.

당시 두산그룹 전체 자산(16조 원)의 4분의 1, 인수 주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자산(2조5천억 원)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인수 자금 중 자본금은 20%에 불과했고 나머지 80%는 차입으로 조달해 시작부터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밥캣 인수 후 1년 만인 2008년에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미국 주택경기는 악화됐고,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은 실적악화로 부채가 쌓여 갔습니다.

엄청난 자금을 들인 밥캣 M&A가 두산그룹의 근간까지 흔드는 최악의 수가 된 셈입니다.

밥캣과 함께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의 또 다른 원인 제공자는 두산건설입니다.

두산건설은 2010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2년 연속 수천억 원대의 적자가 났고,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을 통해 총 1조7천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됐고, 무리한 지원은 급기야 두산중공업은 물론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이후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시기에 기업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면세점 사업 등 신규 사업 또한 부실해지면서 두산그룹의 사세는 더욱 기울게 됩니다.

혹독한 유동성 위기에 갇혀 있던 두산그룹은 정상화를 위해 알짜자산과 계열사 매각,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3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골프장 클럽모우CC와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 매각을 완료한 데 이어 두산솔루스, 모트롤 사업부, 두산타워까지 매각 협상을 끝냈고, 대주주가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는 절차도 마무리했습니다.

이밖에 1조원 규모의 두산인프라코어와 3천억 원 규모의 두산건설 매각작업, 그리고 12월3일 청약이 시작되는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일정까지 마무리 되면 계획했던 3조 원 규모의 자구안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갑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