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황영기 회장과 손자에게 준 주식선물 그리고 펀드

입력 2015-02-04 18:28
수정 2015-02-05 01:12
황영기 3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오늘(4일) 공식 취임했다. 취임일은 때마침 입춘이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회장은 봄이 오는 것처럼 업계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덕담도 던졌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를 국민행복 창출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투자자들의 부의 증식이 결국 행복과 연결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과 산재된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금융투자 업계가 황영기 회장을 신임 금투협회장으로 선출한데는 은행이나 보험업권 등 다른 업권의 협회에 비해 업계의 이슈나 이익을 대응하거나 대변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흔히 말하는 대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시점에서 증권과 은행부터 금융지주 회장까지 거치며 금융은 물론 정관계의 거미줄 인맥을 자랑하는 황 회장에게 큰 기대감을 걸고 있는 셈이다.

당장 황 회장도 정부의 세제혜택 축소 움직임에는 강하게 맞서는 것은 물론 한발더 나가 장기투자 금융투자상품에는 세제혜택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파이를 키워서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게 낫지 단기적 시각에서 혜택을 줄여 시장이 침체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구시대적 시각도 변화해야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국민연금 등이 도입되기 전 국민들의 취약한 노후대비를 보험에 기대던 정책을 이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험상품(연금상품)은 10년간 유지할 경우 면세혜택을 주면서도 주식과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며 상대적으로 보험이 일종의 특혜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저금리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취약한 노후대비의 중심이 보험보다는 금융투자업계로 넘어오는 게 맞다는 논리다.

다만 원활하게 자금이 넘어올 수 있다록 세제혜택이라는 일종의 촉매제를 넣어달라는 주장이다.

황 회장 본인도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에 맞서 이런 일들을 해결하고 얻어내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다만 논리적으로 금융당국과 국회를 설득할 준비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면밀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근 거래가 늘고 있는 해외주식 및 선물 직접 거래 일명 직투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개인들이 접근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등을 생각하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 등 간접투자 방식을 선택하는 게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황 회장의 개인 자산 중 금융투자자산에 투자된 비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최근 손자에게 선물한 600만원 규모의 주식계좌 이야기를 꺼냈다.

100일 기념으로 10년은 들고 있을만한 주식 3종목을 황 회장이 직접 선별해 각각 200만원씩 사줬다는 것이다.

본인은 그간 금융사 CEO에 지속해 재직해 왔던 만큼 직접 주식투자를 하기 좀 곤란했다는 설명으로 현재 금융투자상품으로 운용하는 자산이 거의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을 이용했다면 황 회장도 얼마든지 주식외에도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한 집단을 이끄는 수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집단을 이끌기도 하지만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행동으로 집단의 자발적 추종을 얻어내기도 한다.

앞으로 3년간 황 회장 뒤에는 금융투자라는 말이 꼬리표 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또 어딜가든 금융투자상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증명하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괜찮다 싶은 상품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금융투자상품에 적극 가입해 보는 것도 협회장에 입장에서 나쁘진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