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産 대포통장 막자 타은행으로‥근절 ‘총력전’

입력 2015-01-22 17:01
수정 2015-01-22 17:18
<앵커>

그동안 대포통장 공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농협이 이에 대한 봉쇄에 나서자 최근에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기존통장을 활용한 대포통장이 크게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당국과 금융권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금융사기를 뿌리 뽑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대포통장 양산의 근원지라는 오명을 써 왔던 곳은 단연 농협이 첫 손에 꼽힙니다.

하지만 최근 농협이 대포통장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자 신한은행과 국민·우리·하나·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과 여타 금융사의 기존통장을 활용한 대포통장이 크게 늘며 대책이 한계에 봉착하는 양상입니다.

이른바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커지는 풍선효과로, 대포통장의 기세가 누그러들 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는 숫자로도 확연히 나타납니다.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피싱사건을 기준으로 할 때 대포통장은 지난해 4만5천건으로 전년대비 16.3% 증가했고 대출사기를 포함할 경우에는 모두 8만4천여건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기존에 대포통장의 온상이던 농협과 우체국 등의 대포통장 비중은 2013년 53.5%에서 지난해 하반기 21.3%로 절반 이상이나 줄었습니다.

반면 은행권은 2013년 41.7%에서 지난해 하반기 60.9%로 증가했고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크게 증가해 12월만 놓고 보면 무려 그 비중이 77%에 달하는 등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동안 농협이 농어촌과 지방 단위조합 등 점포수가 많았고 통장개설과 본인 확인에 있어 타 은행 보다 다소 느슨해 대포통장 양산의 근원으로 질타받아 왔지만 상황이 역전된 것입니다.

농협이 일일이 증빙서류를 지참하게 하고 본인 여부 확인을 타이트하게 시행하면서 대포통장 개설이 힘들어 지자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기존 통장을 활용한 대포통장이 활개를 치고 있는 셈입니다.

금감원은 진웅섭 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 등 금융 CEO의 대포통장 근절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자구대책을 촉구하는 등 대포통장 척결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오래동안 사용치 않아 대포통장 악용의 소지가 높는 통장에 대해 ATM 출금 한도를 더 낮추는 한편 의심계좌에 대해 지급을 일시 정지하는 기존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은행과 주요 금융사들도 당국의 주문에 부랴부랴 대응안 마련과 전담팀 구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협의 대포통장이 줄어든 이후 하반기 3천6백여개의 대포통장을 쏟아내며 체면을 구긴 신한은행은 장기 미사용 통장 한도 제한, 사유 확인, 협의회 구성 등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과 타 금융사들도 개설절차 강화, 금융거래 목적과 신분 진위확인, 경영평가 반영, 전담팀 구성 등 근절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당국이 지연 인출, 신분 진위확인 등 대포통장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최근 고객도 모르게 통장에서 현금이 인출되고 대포통장 관련 각종 대출사기가 끊이지 않는 등 방지 효과는 미미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은행들이 대포통장 근절에 나설 경우 개설 자체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반대급부로 주소지와 근무지가 다른 사람이 통장 개설이나 거래에 불편을 겪는 등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당국과 은행 등이 내놓는 대응은 단기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사기수법은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고 금융사기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는 여전히 미흡해 이에 대한 고민과 세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