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가 많은 연말연시가 되면 이병진(41세)씨는 한숨이 나온다. 작년에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하다가 갑자기 허리디스크가 심해지는 바람에 몸살처럼 몸이 아파 며칠을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빠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씨는 아직도 고민중이다.
- 술 한잔 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허리가 아파서 꼼짝을 못하는 당신.
음주는 가볍게 했을 때 허리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어 일시적으로 요통을 해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도한 음주가 계속되면 오히려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김래상 원장은 "술을 마셔서 생기는 통증은 일차적으로 알콜이 분해되어 생성되는 아세트 알데히드란 성분이 근육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알콜 성분자체는 혈관벽을 손상시키거나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해 디스크에 원할한 혈액과 수분공급을 방해하고, 알콜이 해독될 때 많은 단백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근육이나 인대로 가는 단백질의 양이 줄어 근육과 인대가 물러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디스크 주변의 근육, 인대가 물러지면서 압력이 디스크로 몰리고, 수분과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퇴행성변화가 빨리 일어나 허리디스크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허리를 받쳐주는 척추의 방어기전이 사라져 허리의 인대나 근육, 디스크에 손쉽게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점도 음주 후 허리통증이 악화되는 요인이다.
술을 마실 때 빠지지 않는 담배의 영향도 허리에는 치명적이다. 담배의 일산화탄소는 혈액속의 적혈구와 산소의 결합을 방해해,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디스크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흡연을 하게 되면 산소가 부족해 디스크가 변성된다. 또한 뼈로 가는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해 척추의 퇴행을 촉진하게 된다. 따라서 요통이 있는 환자라면 금연은 필수다.
- 과도한 음주 남성 골다공증의 주요 원인. 하루 적정량은 와인잔으로 2잔.
대한골대사학회 자료에 의하면 남성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3대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과도한 음주다. 특히 주당들은 다른 사람보다 2배 이상의 칼슘의 양을 필요로 하는데, 음주가 칼슘의 흡수와 대사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선 알콜로 인해 체액이 산성화되면 칼슘이 체내에서 이온화하여 이를 중화시켜 알카리성 체액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실수록 칼슘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알콜은 칼슘의 체내 흡수과정에도 관여하는데, 오랫동안 과음을 하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파괴되고 장점막이 파괴돼 칼슘 흡수가 나빠져 관절 질환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골다공증 위험도 커지게 된다. 또한 관절염 환자의 경우 알콜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가 관절로 가는 피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소주를 한 병 이상 마시면 걷기 힘들 정도로 심한 관절통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골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양을 지켜야 한다. 음주량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뼈의 건강을 위해 하루 허용되는 알콜의 양은 여성의 경우는 와인 1잔, 남성은 2잔 정도의 분량이 적정선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은 최대한으로 술을 마시더라도 남성은 5잔 이상, 여성은 4잔으로 보고 있다.
또한 술을 마실 때도 무턱대고 마시기보다는 요령이 필요하다. 마시기 전에 공복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술은 대부분 위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위에 소화할 음식이 차면 그만큼 흡수가 느려진다. 또 알콜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음주 시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허리 건강을 위해서 장시간 음주를 할 때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마시는 것보다,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낫다. 딱딱한 의자에 장시가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을 상당한 부담을 준다. 등받이처럼 등을 기댈 수 있는 곳에 앉고 술을 마시는 중에도 틈틈이 화장실을 가면서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