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는 6천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추가로 공급하는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이틀간 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신규로 총 6천억달러 규모의 장기물 국채를 내년 6월말까지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2차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채권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실질금리 인하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을 일컫는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1조7천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채권 매입을 통해 1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날 발표된 조치는 2차 양적완화에 해당한다.
FOMC 성명은 이달부터 대략 매달 750억달러씩 내년 2분기말까지 총 6천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되, 시장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국채 매입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FOMC는 또 정책금리는 연 0∼0.25%로 동결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에 걸쳐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성명은 "생산과 고용의 회복속도가 더디고 신용은 경색돼 있는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은 안정돼 있다"고 경기상황을 진단하면서 "점진적으로는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자원의 활용도와 설비가동률이 높은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목표까지 나아가는 속도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리다"고 밝혔다.
FOMC의 성명 채택을 위한 표결에서 벤 버냉키 의장을 포함해 10명의 이사들은 찬성했으나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편 FOMC와 별도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기존에 연준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만기도래분을 채권 매입에 계속 재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 6월말까지 이뤄질 실제 양적완화 규모는 총 8천500억∼9천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가 총 5천억달러 혹은 그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발표내용은 이를 능가했다.
이번 조치는 주택대출금리를 포함해 실질 금리의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지출을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질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증시에 거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과거 일본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이후 양적완화를 단행했으나 경기를 부양하지 못한 채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장기침체를 겪은 것을 미국이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