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가 최근 국제신용등급기관인 무디스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남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둔 상황에서 무디스가 공교롭게 그리스 국채 신용등급을 4단계나 낮췄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일부 투입된 구제 자금과 긴축정책 시행으로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줄고 있었고, 그리스 사태가 명백하게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악화될 때도 국채 신용등급에 손을 대지 않았던 무디스가 남유럽 국채 발행 집중 시기에 그리스 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내린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스페인 구제금융설도 최근 며칠새 끊이질 않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독일어 판은 조만간 스페인이 그리스에 적용됐던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ㆍECB(European Central Bank, 유럽중앙은행) 공동 출연 구제 금융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역시 150억 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왜일까?
만일 스페인까지 재정위기에 처한다면 무려 1조 8120억 유로에 달하는 채권이 당장 제 2의 금융경색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그리스보다 8배 큰 규모이며 스페인 국채 상당량이 서유럽에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이 신용등급을 크게 잃는 것만으로도 서유럽 내 은행들은 즉시 자본 확충을 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고유의 업무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러나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등 여러 국가의 국채 발행일에 등급을 하향조정한 점에 대하여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내심 남유럽 사태가 좀 더 연장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간 득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이 미국채를 2개월째 순매수하고 있다. 이달에만도 50억 달러 이상 매입했다.
그러나 득이라는 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단순히 미국이 발행한 채권이 불티나게 팔렸던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남유럽 사태는 달러화에 값진 선물을 선사했다.
달러화의 대안으로서 유로화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한 것이다.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가 계획했던 단일통화시장 출범은 2015년까지 유예됐다. 그러나 말이 유예지 거의 취소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경제력이 서로 다른 나라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남유럽사태를 통해서 인지했기 때문이다.
만일 중동에서 석유를 사올 때 달러가 아닌 제 3의 화폐가 통용된다면 국제 상업거래에서 석유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달러화의 입지가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
<글. 박문환 동양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