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쇠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해야

입력 2010-06-04 17:59
<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온 지 2년이 흘렸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그동안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그 양을 늘려 왔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정봉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고시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촛불시위 등 큰 반발이 있었지만 막상 들여오니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대형유통 3사에서 팔린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6천463톤, 의외의 선전입니다.

<인터뷰> 강대식 씨 / 성북구 돈암동

"미국산도 (맛이) 괜찮다. 호주산이 많이 알려지면서 자주 사먹었는데 요즘은 미국산도 많이 먹는다"

소비자들의 손길이 잦아지면서 올해 수입량도 늘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올 1분기 수입량은 2만56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천388톤)보다 66%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마트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 1분기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서 팔린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1천663톤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자> "미국산 쇠고기가 이처럼 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11월.

수입 초기 대형마트들이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가 줄어든 것은 우선 가격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수입을 재개할 당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값싸고 질 좋은 고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값싸다는 설명이 무색해졌습니다.

이마트에서 판매된 척롤 100g 가격은 지난해 1월 미국산이 호주산에 비해 300원 가까이 저렴했지만 올 1월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200원 이상 더 쌌습니다.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홈플러스가 판매한 호주산 갈비 100g 가격은 지난해 5월 미국산보다 900원 더 비쌌지만 지난 달에는 절반 수준인 500원으로 가격차가 좁혀졌습니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이면 미국산보다 안전한 호주산 쇠고기를 먹는다는 판단입니다.

<인터뷰> 이흥차람 씨 / 서대문구 북아현동

"호주산이 연하고 맛있습니다."

<인터뷰> 김대중 씨 / 육류 매장 직원

"최근 소비자들이 미국산보다 호주산을 더 많이 찾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외면 받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갈 곳은 결국 식당뿐입니다.

올해 수입량이 크게 늘었지만, 가정에서의 소비를 나타내는 할인점의 판매가 줄었다면 당연히 남은 고기는 식당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원산지 표시제 위반을 단속하는 농림당국은 "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인다거나,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국산이나 호주산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231건.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속인 경우가 1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산을 국산으로 속인 경우도 61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올 들어 5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단속 건수의 절반이 넘는 129건을 적발해 소비자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2년.

소비자들의 선택은 품질과 가격이었습니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미국산 쇠고기가 집 밖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WOW-TV NEWS 정봉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