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모유로 아기를 키우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자연분만이 좋다는 말에 열심히 산전 체조를 다니면서 준비하듯, 출산 후에는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유수유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기만 낳으면 젖이 콸콸 쏟아져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려면 엄마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 젖은 아기가 빠는 힘만큼 나오게 되는데, 초기에는 아기가 빠는 양이 많지 않아 수시로 젖을 찾는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엄마는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해 매우 피곤하게 된다. 특히,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경우에는 수술 부위가 아파 수유자세가 원활하지 못하므로 초기에 젖먹이는 일이 매우 부담스럽다. 또한 돌봐야 할 다른 아이가 있는 경우, 산모는 양육과 집안일, 신생아 돌보는 일까지 겹치게 되어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게다가 젖이 잘 돌지 않고 젖몸살까지 앓게 되면, 당장 우윳병을 사다가 분유를 타 먹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아이는 꼭 모유로 키우겠다’는 엄마의 강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 성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칙도 잘 지켜야 한다.
첫째, 가능한 한 출산 30분 이내에 젖을 물린다.
출산 30~40분이 지나면 엄마의 몸에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떨어지면서 모유를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게 된다. 동시에 뇌하수체에서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의 농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유선에서 모유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젖은 유방에 쌓이게 되고, 유방에 모인 젖이 빠져나가면 계속 새로운 젖이 생기게 된다. 이 때 아기가 젖을 빨면 그 자극으로 프로락틴의 분비가 급속히 증가하여 모유의 생산이 촉진된다. 따라서 출산 후 몇 시간이 지나서 젖을 물리는 것보다 출산 후 30~40분 이내에 젖을 물리면, 모유 분비가 촉진되면서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이 때 젖을 물려야 산도를 빠져나와 첫 폐호흡을 하게 된 아기가 느끼게 되는 긴장과 공포감이 해소되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게 되므로 아기의 정신 건강에도 좋다. 아기가 빨리 젖을 빨수록 엄마의 자궁 수축도 빨라지고 몸도 빨리 회복되는 등 산모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둘째,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시로 젖을 물린다.
출산 6주 이내의 산욕기에는 아기가 먹는 젖의 양보다 젖을 빠는 횟수가 더 중요하다. 젖이 잘 돌지 않거나 잘 나오지 않더라도 아기가 원할 때마다 젖을 물려야 한다. 아기가 젖을 빨면 빨수록 젖은 잘 나오고, 빨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는다.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그 자극으로 젖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폭되어 왕성하게 젖이 만들어진다. 산모가 젖의 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질수록 아기에게 수시로 젖을 물려야 한다. 첫째 아기 때 젖의 양이 워낙 적어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둘째 아기를 출산한 어떤 산모는 둘째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유수유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한달간 거의 24시간 젖을 물렸다고 한다. 24시간 아기와 거의 합체(?) 상태로 한 달여를 보낸 결과 이 산모는 결국 모유수유에 성공했고 돌이 될 때까지 젖을 먹였다고 한다. 분유 수유에 대한 유혹을 접고 수시로 젖을 물린다면 모유수유는 누구나 성공 가능하다. 아기가 젖을 찾는 시간은 젖을 먹는 양에 따라 달라진다. 신생아 때는 먹는 양이 적어서 빨리 배가 고파져 수시로 젖을 찾게 되지만, 100일이 지나 점차 먹는 양이 늘면 3시간 정도마다 젖을 찾게 된다.
셋째, 전유와 후유를 충분히 먹인다.
모유는 엄마가 먹은 식품의 종류에 따라 맛과 성분이 달라지는데, 특히 처음 나오는 모유와 중간이후부터 나오는 모유가 다르다. 즉, 수유를 시작할 때는 좀 묽고 양이 많아 ‘물젖’이라고 하는데, 주로 락토스와 수분이 많아 아기의 목마름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젖을 전유(Fore Milk)라고 하며 수유를 시작한지 보통 5-6분간 나온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농축되어 크림처럼 희고 뻑뻑한 젖이 나오는데, 이를 후유(Hind Milk)라고 하며, 주로 지방 성분으로 되어 있어 아기의 배고픔을 충족시켜준다. 아기가 전유에서 후유까지 먹는 시간은 보통 한쪽 젖에 15~20분 정도 걸린다. 그러므로 아기가 수유한지 10분 정도 지나 수유를 중단했을 때, 젖을 짜서 아이스크림처럼 진한 유즙이 나온다면 아기는 후유를 덜 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쪽 젖을 15분~20분 정도 충분히 먹인 후 다른 젖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왼쪽 젖을 충분히 먹은 후 오른쪽 젖을 5분 정도만 먹었다면, 오른쪽 젖을 짜내거나 그냥 수유를 끝내고, 다음에 먹일 때 오른쪽 젖부터 수유를 한다. 이 때, 어느 쪽 유방을 마지막으로 수유했는지 쉽게 기억하기 위해 브래지어에 액세서리나 안전핀으로 표시를 해두면 편리하다.
넷째, 모유수유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주의점이 많다. 위에 언급한 3가지 외에 모유수유의 바른 자세, 유두 관리법, 산모의 식사법 등 다양한 지침들이 있다. 또 중간에 젖몸살을 앓거나 유선염을 앓는 등의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출산 병원이나 관련 기관들에 문의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요즘 아무리 좋은 분유가 생산된다 해도 엄마 젖의 우수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모유수유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따라서 짧게는 첫 돌까지, 길게는 만 24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육아와 집안 일 등 산모의 짐을 함께 나눠주는 남편과 가족의 도움이 있을 때 성공적인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차선으로 분유를 먹이게 되는데, 모유수유를 못해줬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갖거나 좌절감을 갖는 엄마들이 간혹 있다. 이런 감정들이 확대되면 아기가 성장하면서 나타내는 다양한 모습 중 마음에 안 드는 모습들은 모두 ‘모유를 먹이지 않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모유수유는 엄마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은 맞지만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아니다. 이외에도 자식에게 내리쏟을 사랑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공적인 모유수유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것이 안된다고 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분유를 먹이면서 정성스런 이유식, 유아식을 통해 얼마든지 사랑과 건강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도움말=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