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무장관회의에서 ''비상 구제금융 기금 5000억 유로 조성''이라는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반등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10일 코스피는 지난 주말보다 1.83%(30.13포인트) 오른 1677.63으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6% 오른 1만530.70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 대만, 싱가포르 등도 대부분 1~2% 이상 올랐다.
뒤이어 열린 유럽시장도 금융위기 충격을 직접 받았던 남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증시가 폭등하고 채권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까지 강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다.
런던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전 10시 17분 현재 스페인 증시가 11.40% 폭등하는 것을 비롯해 그리스가 9.55%, 이탈리아는 9.25% 급등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7.96% 올랐고 영국 독일 등도 4%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채권가격도 일제히 급등하고 유로화도 동반강세를 보이며 유럽발 패닉(공황)에서 일단 벗어나는 분위기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반등이 지난해 11월두바이쇼크 때처럼 급락 이후 강한 반등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지난 1월 남유럽 재정위기 때와 같이 조정이 더 길어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 본격 반등 기대 어려워
전문가들은 현 장세가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간에 회복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5000억유로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유럽연합이 그리스 위기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지난 해나 올해 초 재정위기 당시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며 "재정위기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10일은 전형적인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이라며 "향후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며 "이날 증시가 개인이 순매수하고 외국인이 순매도를 하면서 상승했는데 이는 수급측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개인 매수 자금은 단기성이고 외국인과 기관은 장기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세적인 흐름을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 아시아 증시 중장기 호재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그리스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득''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등 아시아 환율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매우 좋은 신호"라며 "6월까지 유럽 사태 해결 과정과 미국의 자생적인 경제성장 여부를 확인한 뒤 매수를 생각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그리스 상황이 규모나 성격상 세계 경제 회복 기조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국 원화는 조만간 강세로 돌아설 것이고 증시 밸류에이션이 돋보여 달러화를 빌려 한국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 전망도 밝다"고 강조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증권도 "유럽은 문제 해결 과정상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겠지만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를 매입할 것이며 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아시아시장은 유럽 이슈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고 이번 이슈로 출구전략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10일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반등을 ''상승 추세 재진입''이라고 확신하긴 이르지만 극도의 위험회피 분위기만 진정되고 나면 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금리 기조 아래 글로벌 자금은 결국 성장성과 재무건전성이 높은 이머징 국가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1600선에 머무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증시에 진입하기 좋은 기회"라면서 "단기간 내에 반등은 어렵겠지만 하반기를 노리고 지금 매수를 한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