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컬럼]입호흡 하면 발육,성장에도 안 좋아

입력 2010-05-06 08:53
일본의 한 TV방송에서 방영한 ‘동물 기상천외!’ 프로그램에선 입으로 호흡을 하는 아이들의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이들 초등학생 16명의 호흡방법을 코호흡으로 교정한 결과 체력이 모두 향상된 것은 물론 집중력도 높아진 것을 확인한 것이다. 입호흡은 건강에 가장 나쁜 호흡법이다. 그래서 전통의학에서조차 구중의(口中醫)라는 입전문의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선 입으로 숨을 쉬면 침이 마르면서 입안이 건조해진다. 입내 세균을 정화시키는 침이 부족하니 충치와 같은 구강질환이 많이 생기고, 입냄새가 난다. 뻐드렁니나 주걱턱도 입호흡과 관련이 있다. 식사를 할 때도 입을 벌리고 호흡하기 때문에 치아와 혀를 이용해 입을 막아야 한다. 이때 40~60g의 압력이 혀를 통해 치아에 가해져 돌출입의 원인을 제공한다. 또 아랫입술이 두툼해지고, 입술이 건조해 잘 튼다.

무엇보다 입호흡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뇌에 필요한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튀빙겐대학 크리스티안 포에츠 교수는 잠잘 때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코를 고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습 능력이 두세 배 떨어진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입으로 숨을 쉬면 발육과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 하루 중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로, 이때 아이들의 숙면은 키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코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코막힘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주 깨어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하시킨다. 또한 입호흡을 하면서 아침이면 목이 따끔거리고, 입안이 건조하고, 편도선이 붓고 아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음식 먹기가 꺼려진다. 이는 자연히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여 키 성장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호흡을 코호흡으로 바꾸면 면역력도 높아진다. 일본의대에선 코호흡과 백혈구의 활성을 보여주는 HLA 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10일간 코호흡을 하면서 충분한 수면과 양쪽 치아를 이용한 씹기를 병행한 결과, 목의 통증이 해소되고, 모두 HLA 활성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와 입호흡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작용한다. 코막힘, 재채기, 콧물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입호흡을 촉진하기도 하고, 입호흡을 통한 면역력 약화가 알레르기를 촉발하기도 한다. 안팎의 구분이 모호하여 영원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입호흡은 알레르기 질환에, 알레르기 질환은 입호흡에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

‘그까짓 입호흡이 뭐 대수라고..코로 숨 쉬지 못하면 입으로 호흡하면 되지....? ’ 그러나 이것은 호흡의 일면만을 바라보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한방에서는 눈은 간(肝), 입은 비(脾), 귀는 신(腎), 코는 폐(肺)에 속하는 기관으로 폐의 이상 신호는 바로 코의 이상신호로 본다. 이는 폐기능을 북돋워주어 외부로부터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체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어야 한다.

(도움말=강남영동한의원 경희대 외래교수 한의학박사 김남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