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생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도 이제 옛말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입시나 취업 못지 않게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요. 흔히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체질 개선이 진행됐다고 하는데 변화는 이 시기를 보고 자란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돈''을 배우려는 학생들, 신은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대학가에 불어닥친 재테크 열풍.
겨울 방학 대학가.
한 무리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았다.
이들은 서로 다른 대학의 투자 동아리 회장들로, 각자 전공도 장래 희망도 다르지만 투자에 대한 열의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인터뷰> 김재성/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투자 동아리끼리 연합을 구성해서 연합 세션을 가지려고 구성하고 있다. 어떻게 할지 모여서 의논중이다."
과거에는 투자 동아리가 상경대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이제는 전체 대학생들에게 문호가 개방되면서 보편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투자 또한 실제 펀드를 운용하는 등 수준급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인터뷰> 최태성/ 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
" 실제 펀드팀이 따로 구성돼 있어서 기업 분석한 것을 보고 매수타이밍을 보면서 펀드를 구성하고 있다. (펀드는 얼마정도로?) 1천만원 약간 안 되게 800-900만원 정도로 하고 있다."
<기자 스탠딩>
"투자는 이제 특정인이 아닌, 전 국민의 관심사란 사실을 이 곳 대학 캠퍼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 대학생들은 어린시절 IMF 불황을 보고 자라 성인이 된 후에는 투자 열풍에 노출된 세대인만큼, 일찍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학생들 ''돈''을 배우다
인천에 위치한 한국은행 연수원.
경제 현안에 대해 강도 높은 토론이 진행중이다.
(SYNC 토론 싱크... )
"금융상품들도 많아지고, 예전처럼 묻지마 펀드를 하는게 아니라..."
재밌는 사실은 참가자 대부분이 입시준비로 한참 바쁠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점이다.
<인터뷰> 박주호/ 이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는 주입식 교육을 받다가 여기 와서 실제로 체험해 보는 수업을 받게 돼서 인상 깊었다."
청소년 경제 캠프는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된 이후 해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연수 기간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신용 관리부터 경제 지표를 읽는 방법까지 배운다.
사회에서 경제 주체로서 자리잡기 위해 정규 교과에서 소화되지 못한 수업이 교실 밖에서나마 이뤄지는 것이다.
<인터뷰> 윤영식/ 한국은행 차장
"올해는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이들이 참가자로 결정됐다. 3년전만 해도 2:1 경쟁률로 신청했는데 최근의 경제 상황, 부모들의 관심도 증가가 원인이 되지 않았나 본다."
경제 교육은 비단 청소년에 국한돼 있지 않다.
교육 연령대는 점차 낮아져 초등학생들에게도 조기 교육이 한참이다.
<기자 스탠딩>
"저는 지금 한 청소년 수련관에 나와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경제 교육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
현재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육은 민간단체와 비영리기관, 금융 유관 기관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방학동안에는 경제 캠프나 방과후 교실이 주를 이루지만 학기중에는 개별 학교에 강사를 파견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민간기업에서도 미래에셋그룹 등은 체험형 금융교실과 해외 합숙 등 지속적인 경제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의 20대가 투자에 대해 눈을 뜨는 세대였다면, 10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서 ''돈''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 이제 첫 걸음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제 교육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투자 교육이 7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국이나 8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다.
<인터뷰> 여문환/ JA Korea 사무국장
"98년도에 외환위기를 겪고 경제 교육 전반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지만 구체적으로 경제 교육은 시작되지 않다가 2002년 신용위기가 불거지면서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도가 현재 모양을 갖춘 청소년 경제 교육의 원년이라고 본다."
특히 ''경제교육지원법''이 올 들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경제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적들도 많다.
우선 실생활에 밀접한 부분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맞춤식 투자 교육을 진행해 온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 때 돈을 쓰는 법을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개인별 재정 계획표 짜기 등이 교양과목에 포함돼 있다.
<인터뷰> 김일선/ 한국투자자교육재단 상무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금융교육을 한다. 저학년때는 화폐 등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을 하고 5학년 정도 되면 증권시장에 대해 가르치고 고등학교에 가면 투자 방법 선택과 같은 복잡한 내용들, 펀드, 주식, 채권 등을 가르친다. "
영국의 경우 미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 경제 교육을 공교육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영국은 내각내 상설 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가 경제 교육 커리큘럼 작성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경제 교육이 아직까지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 그치고 있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체계적인 투자 교육 도입이 절실한 것이다.
<기자 클로징>
"돈은 삶의 목표도, 삶을 바꾸는 수단도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돈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경제 교육이야말로 맹목적인 투자 병폐를 예방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