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 규명 '속도' 기대

입력 2016-06-08 16:19
금감원 회계 감리, 분식 고의성 입증에 초점…대우·안진 '기술적 실수' 주장안진회계도 '분식 방조' 의혹 수사 대상…이미 집단 소송 제기돼



검찰이 8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경영비리의혹 전반에 관한 수사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대우조선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에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거악 척결' 기능을 계승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올해 1월 출범 후 첫 '타깃'으로 삼은 만큼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 회계심사국은 개별 기업의 감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대외적으론 함구하고 있지만 작년 12월부터 특별조사팀을 꾸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회계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감리의 초점은 작년 대우조선의 '회계 절벽'이 발생하게 된 것이 회사 측이고의로 분식회계를 자행했기 때문인지, 그렇다면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맞춰졌다.



대우조선은 작년 5월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그해에만 한꺼번에 5조5천억원의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수조원대 분식 회계 의혹이 일자 외부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올해 3월에야 '작년 추정 영업손실 5조5천억원 중 약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나눠 반영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결국 대우조선은 이를 수용해 2013∼2015년 각각 7천700억원, 7천400억원, 2조9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2013∼2014년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는 재무제표 내용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대우조선과 안진은 금감원의 회계 감리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된 것이고의적인 분식회계 탓이 아니라 '추정의 오류'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즉, 기술적실수였다는 얘기다.



장기간 계약이 진행되는 조선 업계의 특수한 사정 탓에 총 공사예정 원가와 장기매출채권 회수 가능성 등에 관한 추정의 오류가 생긴 것일 뿐이지 고의적인 조작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검찰은 금감원의 회계 감리와는 별개로 대우조선 감사위원회의 진정을 접수하고수사에 착수했으며, 금감원도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하기에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감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대우조선 경영비리 의혹 전반에 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분식회계 의혹을 밝히는 감리 작업에도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성과에 따라 길게는 2년까지 바라봤던 회계 감리 기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작년 9월 3천억원대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이 난 대우건설의 회계 감리 때는1년9개월의 시간이 걸린 바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면 고의성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며 "자체적인 감리 절차를 진행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 결과도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안진이 포함됨에 따라 회계업계로도 불똥이튀었다.



가뜩이나 최근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부실감사 논란과 각종 추문에 연루돼침울한 회계업계는 검찰 수사로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검찰이 안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함에 따라 대우조선 재무제표의 적정성을감시해야 할 안진이 분식회계를 묵인 또는 공모했을 개연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회계감리 결과 안진이 분식회계 과정에 부분적으로라도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면 도덕적 위상이 더욱 추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 배상책임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420여명은 작년 9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대우조선과 고재호 전 사장,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에 240억8천만원을 배상하라는내용의 집단 소송 5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작년 대우조선이 '빅 배스' 단행 직후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증발하는 사태가 초래된 바 있어 대우조선과 안진의 책임이 인정되는 판결이 나온다면소송 규모는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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