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베이커리 등 외식업소에서 사용되는 우유의 원산지 표시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식품 원재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음료와 디저트의 주요 원재료인 우유의 출처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판매되는 우유를 구매할 때 원산지와 제조일자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음료와 디저트에 사용된 우유의 원산지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페에서 우유는 라떼와 카푸치노, 아이스크림, 크림 음료, 각종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에서 사용되는 주요 원재료다. 원두의 산지와 품종은 메뉴판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우유의 원산지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쇠고기, 돼지고기, 배추김치 등 주요 식재료에 대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유는 의무 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도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다.
수입산 우유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구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카페 가운데 원산지를 표시한 곳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표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업계에서는 국산 원유를 사용한 신선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가 함께 유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보관 편의성을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 사용이 늘고 있다. 멸균우유는 상온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지만, 해외에서 생산된 뒤 장거리 운송과 긴 유통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다. 반면 국산 신선우유는 국내 낙농가에서 생산된 원유를 착유 후 2~3일 내 냉장 유통 체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우유를 선택할 때 가격뿐 아니라 원산지와 신선도,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구입 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로 신선도를 꼽은 비율은 29.9%로 가격(17.9%)보다 높았으며, 1·2순위 합산에서도 30.7%로 가격(15.9%)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일부 카페 운영자들도 원산지 정보 공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손상희 대표는 “식당에서 원산지를 보고 메뉴를 고르듯 카페 음료에 사용되는 우유 정보도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산우유를 쓰는 매장임을 알릴 수 있는 제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원산지 표시 제도 도입 여부와 함께 자율적인 정보 공개 확대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먹거리 안전의 기본은 소비자가 원재료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카페와 베이커리 등 외식 메뉴에도 우유 원산지 표시가 확대돼 소비자가 국산 신선우유와 수입산 제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원산지 표시제 도입과 관련해 관계기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단계적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민 한경닷컴 기자 bk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