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인공지능(AI)과 바람을 피우고 있어 이혼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문장은 영화 속 대사가 아니다. 미국 법률미디어 디보스닷로는 지난달 배우자가 AI와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이혼하려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AI 챗봇과의 불륜을 이혼 사유로 제기하는 소송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정법원에서만 매주 3~5건 나오고 있다. AI와 사랑에 빠져 챗봇 이용료로 한 달에 2700달러(약 410만원)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AI가 인간관계 구축 방식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여러 개인과 집단적으로 소통하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통 대상이 실존해야 하는지조차 모호해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지난해 낸 보고서 ‘사람들은 실제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도 AI가 인간관계를 떠안은 현실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이용 사례를 분석해 사람들의 생성형 AI 이용 목적 상위 100개를 추렸다. 1위는 ‘치료 상담(테라피) 및 교제’였다. 2024년 조사에서 1위를 한 ‘발상’을 밀어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 조사’도 비슷한 결론을 내놨다. 대화 나눌 상대가 필요해 AI를 썼다는 사람이 전체 생성 AI 이용 응답자 중 70%에 달했다.
AI가 인간의 소통 역량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AI와의 대화에 빠지면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AI 시대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책 <라스트 휴먼>을 쓴 정용화 광주과학기술원(GIST) 초빙석학교수는 “AI와의 소통에 의존하다 보면 조그마한 마음의 상처나 타인과의 의견 불일치를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과 세상 사이에서 일체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