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돈 쏟는 네이버…카톡 올인하는 카카오

입력 2026-05-24 17:37
수정 2026-05-25 00:35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는 AI 관련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카카오는 비용 효율화를 앞세우며 투자를 줄이는 모습이다.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회사의 방향성이 ‘인프라 내재화’와 ‘서비스 적용’으로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兆 쏟아붓는 네이버24일 두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설비투자액은 4513억원으로 1년 전(2047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AI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장비 등이 포함되는 ‘서버 및 비품’ 투자가 3936억원으로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검색·쇼핑·광고·클라우드 전반에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이를 구동할 컴퓨팅 인프라 확보에 자금을 집중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비용도 6020억원으로 분기 기준 60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자체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심기 위한 기술 개발이 본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이처럼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AI 인프라가 클라우드 사업과 자사 서비스 고도화 등 기업간거래(B2B)와 기업 소비자간 거래(B2C) 양쪽을 모두 관통하는 ‘핵심 생산설비’로 보고 있어서다. 검색·쇼핑을 AI로 정교화해 광고 효율과 커머스 거래액을 높이는 동시에 대규모 GPU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기업 고객에게 빌려주는 ‘AI B2B 사업’으로 직결하겠다는 계산이다. GPU 확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 전쟁으로 AI 경쟁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강원 춘천과 세종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독점적 인프라 경쟁력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외부와 AI 제휴하는 카카오카카오는 정반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의 올 1분기 설비투자액은 1년 전보다 15% 줄어든 1176억원으로 네이버의 4분의 1 수준이다. R&D비용도 3316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1% 감소했다.

카카오의 AI 전략은 인프라를 직접 쌓기보다 외부 AI 모델과 자체 개발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독자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되 비용효율화에 집중하고, 외부에서 사와 카카오톡·선물하기·모빌리티·페이 등 기존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얘기다. 카카오가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빅테크처럼 AI를 자체 개발하거나 인프라로 사업하기보다 대표 상품인 카카오톡 안에서 검색, 추천, 상담, 예약, 결제 기능을 고도화해 이용자 체류시간과 거래 전환율을 높이며 직접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카카오의 올 1분기 매출(1조9421억원) 가운데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1827억원으로 61%를 차지한다.

다만 카카오가 이 같은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는 최근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처분해 1조32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자금을 AI 신사업 투자에 활용한다고 선언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대규모 GPU·데이터센터 투자를 네이버처럼 직접 확대하기보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고도화, 외부 AI 모델과의 연동, 수익화 실험에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