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 영화 이후의 영화…VR로 만든 우박 듀오의 '부우우-피이이-'

입력 2026-05-20 13:25
수정 2026-05-20 18:03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우박 스튜디오의 우현주·박지윤 작가는 선정 소식을 들은 순간을 “너무 지쳐 있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긴 제작 과정을 마친 뒤 대만 여행 중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초청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거창한 축하 대신, 마트에서 간단한 술을 사 와 조용히 기념했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소탈하게 웃었다.



칸의 이머시브 섹션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영화제가 스크린 중심의 전통적 영화 문법을 넘어, 공간과 신체 전체로 확장된 새로운 서사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섹션은 현재 영화 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상영 공간 역시 일반적인 극장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관객들은 같은 시간에 입장해 같은 방향의 스크린을 바라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서로 다른 위치를 응시했고, 누군가는 공간 안을 천천히 걸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허공 속 제스처를 반복했다. 어떤 관객은 이미 체험을 끝내고 장비를 벗고 있었고, 어떤 관객은 이제 막 가상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동시에 같은 이미지를 경험하는 전통적인 영화의 구조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칸의 이머시브 섹션은 오늘날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영화는 여전히 스크린 앞에서 동일한 시간을 공유하는 경험인가, 아니면 각자의 신체와 감각을 통해 개별적으로 통과하는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되고 있는가. 우박 스튜디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VR, 인터랙션, 설치,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영화 이후의 영화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저희 작업에 대해서는 ‘이것은 영화다’ 혹은 ‘게임이다’, 혹은 ‘무엇이다’라고 이야기를 못 하는 편이에요.”

우현주·박지윤 작가는 작품을 영화, 게임, 미디어아트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명확히 구분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매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하나의 형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감각 경험과 서사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현실의 것들은 점점 가상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역으로 가상 공간을 위한 데이터센터는 현실의 바다와 땅을 물리적으로 점유하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은 가상으로 치환되고 있는데, 오히려 가상의 것들이 현실을 점점 더 잠식하고 있는 그 대비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감각을 ‘부피’라는 형태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부우우-피이이->는 기술이 인간의 몸을 데이터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감각의 공백을 탐색하며,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낯선 ‘부피감’을 관객의 신체 위에 직접 구축하는 XR 설치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노화 과정 속 신체 내부에 생성된 빈 공간의 CT 이미지다. 우현주·박지윤 작가는 이를 결손이나 손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몸을 정보값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또 하나의 신체, 즉 데이터적 존재의 흔적으로 읽어낸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의료 이미징 기술에 대한 비평을 넘어, 데이터화된 몸과 실제 몸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는 있지만, 거기에도 늘 우선순위가 있어요.”

또한 우현주·박지윤 작가의 문제의식은 기술 발전에 있어서도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이 언제나 우선순위를 갖게 되는 점을 지적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자동차와 도로는 인식하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곤충이나 미세한 흔적은 중요하지 않은 데이터로 제거하는 등 기술은 현실 전체를 재현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 부우우---피이이--- >는 산업적 목적에 필요하지 않기에 배제되는 현실을 작품의 중요한 테마로 가져오는 전복을 시도한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투명한 개구리”는 이러한 구조 바깥에 위치한 존재에 대한 은유다. 개구리는 몸을 부풀릴수록 피부가 얇아지고 투명해지며, 물과 육지를 오가는 경계적 생물이다. 우현주·박지윤 작가는 이를 기술 사회 속 생존 방식으로 읽어낸다. 시스템에 포착되지 못한 존재들은 오히려 “투명해짐”을 통해 구조 내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투명성은 시각 효과가 아니라 정치적 상태에 가깝다. 데이터 사회에서 감지되지 않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 작품은 바로 그 지점을 뒤집는다.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살아남는 존재 방식은 없는가. 개구리는 기술 세계 바깥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생명의 모델로 기능한다.

VR 공간 안에서 관객은 몸에 구멍이 난 화자의 독백을 듣고, 빛을 향해 손을 모으거나 그림자를 만드는 제스처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자신의 몸을 다시 의식하게 된다. 한 관객은 VR 속 자신의 손이 네 개의 손가락을 가진 개구리 형태로 변형된 순간 강한 감각적 이질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경험은 현실 모사의 정교함보다, 현실과 어긋나는 감각의 틈을 전면으로 끌어낸다. 손가락이 하나 부족한 신체, 지나치게 투명한 피부, 비현실적인 부피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낯선 객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작품은 몰입을 강화하기보다, 몰입이 무너지는 순간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박 스튜디오 작업의 특징은 복잡한 기술 담론을 감각적 경험으로 변환하는 방식에 있다. 데이터센터, 디지털 트윈, 의료 영상, 자율주행 알고리즘 같은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몸속에 개구리가 들어간 사람”이라는 기묘한 서사로 연결한다. 작가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무겁게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품은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기술 비평이면서도 생태 우화처럼 작동한다.

2024년에 신설되어 아직 실험의 과정 위에 있는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 부문인 이머시브 섹션에 한국 작품이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박 스튜디오의 작업은 기술 체험의 차원을 넘어, 영화 이후의 감각과 서사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처럼 남는다.

칸=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