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벌어진 20대 남성 연쇄 사망 사건의 피의자가 모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20대 여성 피의자 A씨(22)는 모텔에 가기 전부터 약물이 든 음료와 일반 음료를 모두 가져갔다가 약물 음료가 들었던 빈 병만 챙겨 나오는 방식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범행 직후 태연히 객실을 빠져나오면서 음료의 빈 병을 수거했는데, 범행 현장에서는 또 다른 빈 병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배달 음식과 함께 쓰레기들을 챙겨 나오는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한 빈 병도 챙긴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다수의 빈 병을 그의 자택에서 압수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빈 병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약물 검출 여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객실을 먼저 빠져나오며 마치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듯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성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지난 9일 저녁 20대 A씨와 서울 강북구 한 모텔에 들어간 B씨는 다음 날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먼저 모텔을 빠져나왔던 A 씨는 B씨에게 "치킨 주문하고 영화 보는데 갑자기 잠들었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음식 올 때쯤 깨우긴 했다. 자지 말라고 했지만 피곤한지 자려고 했다", "음식은 어떡하냐고 했더니 집에 챙겨가라고 해서 가져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지난 1월 28일에도 다른 20대 남성 C씨를 상대로 범행한 뒤 모텔을 빠져나와 숨진 C씨에게 "술에 너무 취해서 계속 잠만 자니까 나는 먼저 갈게"라는 SNS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그가 1차 범행 이후 챗GPT에 '수면제 과다 복용 시 사망 가능성'을 검색하는 등 피해자들이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확산했는데 체포 직전까지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가 불특정 다수와 계속 소통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여 여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A씨가 1차 범행 이후 약물의 양을 늘렸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A씨는 지난해 12월, 지난달 28일, 이달 9일 등 3차례 강북구 일대의 모텔 등에서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A씨가 준 음료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가 이틀 뒤 회복해 경찰에 신고한 생존 피해자는 당시 "A씨와 교제하던 사이였다"고 진술했다.
A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확인한 결과, 그는 지난 10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되기 전까지도 게시물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 주로 올린 게시물은 대부분 누워서 촬영한 '셀카' 사진이었고, 사진과 함께 #팔로워환영, #선팔맞팔, #맞팔디엠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당 해시태그를 통해 게시물을 보고 자신을 친구로 추가한 사람(팔로워)과 개인 메시지(디엠)로 소통하겠다는 뜻이라 섬뜩함을 자아낸다.
사망자 2명 등 피해자가 3명이나 되지만, 현재로썬 A 씨 신상이 대중에게 공개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신상공개 대상이 되려면 살인죄가 명확하고, 수법이 잔인해야만 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