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층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조만간 꺾일 전망이다. 내년에도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5억원이 넘는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16일부터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현재 한도는 6억원이다. 이외에도 전세대출의 DSR 적용, 스트레스 DSR 상향(1.5%→3.0%), 은행에 적용하는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하한 상향(15%→20%) 등의 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은행들은 이번 규제로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64조949억원으로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했다. 6·27 대책과 9·7 대책 이후 증가 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대출 규모 자체는 계속 늘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지난해 말 대비)은 정부에 보고한 총량 목표치를 초과했다. 하나은행(총목표치 대비 95%)과 국민은행(85.3%)의 증가액도 총량에 근접했다. 우리은행(총량의 32.8%)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에 요구한 수준(2.8~3.8%)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이미 주담대 등 가계대출 접수는 6·27 대책 후 소강 국면에 들어간 상태였다”며 “한도를 더 줄인 추가 규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거듭된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 전략을 펼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은행 대부분은 가계대출을 늘린다는 생각을 접고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중단 없이 대출해주는 구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도 “가계대출은 이제 외형 성장이란 목표 하에 추진하기보다는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한 수단 정도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