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이 9일 창립 73주년을 맞아 “우리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선두”라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를 통해 조선, 방위산업 분야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그룹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북미와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방산, 조선, 에너지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 확보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의 키 플레이어는 모두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후발 주자가 1등으로 올라서는 지름길은 새로운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무인기 센서나 추진 동력, 첨단 항공 엔진,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해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격변의 시기에 냉철한 국제정세 판단과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 대담한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한 시기”라며 “그 좋은 본보기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명받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라고 했다. 한화오션이 작년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회장은 또 “한화그룹이 국가 간 협상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으로 우뚝 섰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시가총액은 마스가 프로젝트와 조선업 호황, K방산 수출 호조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그룹 시총은 지난달 30일 기준 127조700억원으로, 올초 40조7750억원에서 211.6% 늘었다.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김 회장은 중국 전국 시대 역사서 ‘전국책’ 진책편의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구절을 인용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백 리 가는 길에 구십 리를 절반으로 생각하는 자세로 한화의 100년, 2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