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직원들 자르는 게 맞나요"…위기의 삼성전자 '술렁'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10-25 17:04
수정 2024-10-26 08:58
이 기사는 10월 25일 17: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종합감사 끝나면 구조조정 하겠죠."
"지금 직원들 자르는 게 맞나요?"

삼성전자가 술렁인다. 직원들의 이탈 조짐도 뚜렷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분위기가 특히 심상찮다. 연봉을 몇 배로 높여 중국 반도체 업체로 옮기는 직원들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 SK하이닉스 경력직 채용에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들이 몰렸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DS 부문이 종합감사를 받고 있어 이탈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종합감사가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통해서다.

눈치 빠른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투매하고 있다. 투매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으로 치솟는 흐름을 부추기는 중이다. 휘청이는 삼성전자 주가·실적은 소비를 비롯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흔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4% 내린 5만5900원에 마감했다. '1년 최저가'를 이날도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322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외국인은 33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식 12조893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순매도 행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위기설과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 감사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감사가 술 인력 이탈로 이어지면 DS 역량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삼성전자의 휘청이는 실적·주가는 다양한 경로를 타고 경기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외국인의 투매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부터 나온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판 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50전 오른 1388원70전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행진이 시작된 지난달 3일(1341원40전) 이후 47원30전 치솟았다.

삼성전자 주가·실적 부진은 소비와 수출, 투자 등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부가가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비 심리부터 움츠러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424만7611명에 달했다. 삼성전자 주식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배당액을 깎을 경우 이들이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27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협력사 등으로 조달한 원재료 구매비용이 2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건비(38조원), 배당금(9조8000억원), 세금(8조2000원), 이자비용(9000억원), 사회공헌비(4000억원) 등도 상당하다. 이 같은 부가가치가 줄어들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올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0.1%를 기록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부진은 한층 도드라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