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7일 15: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사명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사명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사명을 바꿔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개별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 강화 등 본질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내부적으로 남양유업의 사명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한앤코가 2021년 기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을 때부터 업계에선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양유업이 60년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이긴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사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10여년 간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9년엔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사건이 있었다. 홍 전 회장의 조카인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도 남양유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 홍보한 사건은 홍 전 회장이 직접 대중들 앞에서 사과할 만큼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남양유업 안팎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이어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남양유업 불매 운동을 돕기 위해 남양유업 제품을 알려주는 앱이 나오기도 했다. 남양유업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을 친 만큼 업계에선 한앤코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꾸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홍 전 회장과 3년여간 분쟁을 벌인 만큼 홍 회장 일가와 연을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남양유업이라는 사명에서 '남양'은 홍원식 회장의 부친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1964년 회사를 창업하면서 '남양 홍씨'인 본인의 본관에서 따왔다.
한앤코도 사명 변경을 검토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사명 변경에 들어가는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 새로운 사명을 짓고, 기업 이미지(CI)를 만드는 문제를 넘어, 모든 제품에 새로운 사명을 적용해 생산하게 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명 변경으로 얻는 실익도 크지 않다고 봤다.
한앤코는 사명 변경과 상관없이 홍 전 회장 일가와의 인연을 이미 완전히 끊어냈다. 홍 전 회장 일가가 가진 지분을 전부 사왔고, 남양유업 이사회와 경영진도 모두 한앤코 측 인사들로 교체했다. 사명을 바꿔가며 홍 전 회장 일가와의 절연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PEF 특성상 언젠가 남양유업을 다시 매각해야 한다는 점도 사명을 바꾸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사명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직접 사명을 바꾸기보다는 다음 인수자에게 사명을 바꿀 기회를 넘기는 의미도 있다.
한앤코는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사명보다는 남양유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기로 했다. 남양유업의 개별 브랜드는 이미 시장에서 사명만큼이나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우유(우유) △임페리얼(분유) △프렌치카페(커피) △불가리스(발효유) 등이다. 탄탄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이런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게 한앤코의 구상이다.
한앤코는 그간 남양유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준법·윤리 경영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에 준법경영실을 신설했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윤리경영 핫라인 제보 채널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