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이후 태어난 세대, 즉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인류 첫 세대다. 부모들도 안심했다. 바깥세상은 위험하니 차라리 가상 세계에서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가상 세계는 위험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큰 해를 끼쳤다.
<불안 세대>는 이를 탐구한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란 부제를 달았다. 책을 쓴 이는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인 그는 2012년 펴낸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으로 유명하다. 그는 <불안 세대>에서 각종 통계와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를 내민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성장기는 길다. 그리고 중요하다. 이 시기 인간 뇌는 유연해 무엇이든 잘 받아들인다. 놀이와 학교생활, 교우 관계를 통해 어른이 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시기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 성장기가 방해받고 있다.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5분마다 푸시 알림을 받는 아이의 뇌에선 하나에 집중하는 능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없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에 써야 하는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남과의 비교를 부추기고 악플에 아이들을 노출한다.
그 폐해는 통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울증, 불안을 겪는 10대의 비율이 2012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자살률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이 많이 증가했다.
책은 한 사례를 이렇게 전한다. “계정을 개설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알렉시스를 위해 골라주는 콘텐츠는 처음 관심사였던 피트니스에서 모델들의 사진으로, 그다음에는 다이어트 조언으로, 그다음에는 프로아나(pro-ana)로 변했다. 8학년 때 알렉시스는 거식증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나머지 십 대 시절을 섭식 장애, 우울증과 싸우며 보냈다.”
저자는 문제를 스마트폰에만 돌리지 않는다.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와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가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혹여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감시와 과잉보호를 하면서,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푹 빠져 몇 시간이고 조용히 즐겁게 지내면 안심한다는 것이다. 한 소녀가 쓴 글은 이 아이러니를 함축해 보여준다.
“내가 포르노를 처음 본 것은 열 살 때였다. 우연히 발견한 폰허브 사이트였다. 엄마는 어디에 있었냐고? 바로 옆방에 있었다. 내게 매일 아홉 가지 색깔의 채소를 먹이려 애쓰면서, 엄마는 자녀 일에 사사건건 참견하려는 헬리콥터 부모에 가까운 분이지만 그래도 나는 온라인에서 포르노를 쉽게 발견했다. 그것은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네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16세 이전 소셜미디어 금지, 학교에서 휴대전화 금지, 감독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의 더 많은 보장 등이다. 실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4세 미만 아동은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수 없다. 프랑스는 13세 미만의 스마트폰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책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스마트폰의 폐해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