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동 개발한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삼성 대 비(非)삼성 연합군’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HBM)를 공동 개발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협업을 통해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건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각각 SK하이닉스, TSMC와 경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칩을 쌓아 올리는 식으로 만드는데, 베이스 다이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작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TSMC의 첨단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맞춤형 제품’을 통해 HBM 주도권을 굳힌다는 계획도 밝혔다. 규격화된 D램과 달리 HBM은 각 고객사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작한다.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기로 한 건 엔비디아 등 설계회사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걸 반영한 측면도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은 “최고 성능의 HBM4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 메모리 경쟁력을 높여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다 하는 삼성전자는 내부 역량을 총집결해 최고 성능의 HBM4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AVP(최첨단패키징)사업팀 등이 참여하는 ‘HBM 원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HBM4의 승부처인 베이스 다이 제작은 파운드리 사업부가 맡는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