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기업에 원료, 소재 등을 공급하는 중국 주요 배터리 기업 8개 중 6곳의 대표이사가 공산당과 연관된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배터리를 제조하기 어려워진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광물 및 부품 허용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30일 각 사 정관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궈쉬안, 양극재 기업 BTR과 론바이, 광물 기업 화유코발트, 전구체 기업 거린메이의 대표이사가 중국 공산당원이거나, 공산당 활동을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우려외국단체(FEOC) 규정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공급한 원료, 소재, 배터리가 일정 기준 이상 들어간 전기차는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LG화학 등과 합작사를 꾸린 화유코발트의 진설화 대표는 중국의 제14회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다. SK온, 에코프로와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거린메이의 후개화 대표도 사내 중국공산당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정부와 연관된 인물로 파악된다. 한국 기업에 전구체를 공급하는 CNGR의 대표이사는 공산당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음극재 업체 러웨이는 비상장기업이라 정관이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규정한 FEOC는 중국의 경우 공산당 내 의사 결정권을 보유한 자가 의결권 또는 지분의 직접·간접 보유했거나, 실질적 통제권이 있을 때 해당된다.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의 직계가족이 전직·현직 중국 고위공직자인 경우도 포함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이들 중국 기업을 통해 조달하는 광물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 통제권을 지닌 대표이사의 이력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배터리 산업을 밀고 있는 터라 공산당과 연관되지 않은 현지 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개별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이 FEOC에 해당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관을 공개하지 않는 현지 기업이 많은 데다 지분 구조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