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이 미국 중국 등과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법을 통해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면 구글, 알리바바 등 해외 플랫폼도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연합(EU) 등 이미 플랫폼법을 도입한 나라가 많지만 통상 이슈가 제기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히 협의해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5일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찾아 업계 간담회도 열었다. 하지만 해당 간담회엔 구글, 애플, 메타 등 주요 플랫폼 업체가 모두 불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중 플랫폼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 월 사용자가 17만 명에 불과한 데이팅앱 매치닷컴뿐이었다.
미국은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공공연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국제경제석좌 겸 선임자문관은 지난해 12월 언론 기고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플랫폼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중국 플랫폼에는 면죄부를 주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엔 손해이나 중국 공산당엔 선물인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미 정부가 법안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가 당초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공약과는 달리 ‘법률규제’로 기류를 바꾼 것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제치고 플랫폼 규제 관련 주무부처로 자리 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주요국에선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최근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2021년부터 추진해온 ‘플랫폼 반독점 규제’ 입법을 지난해 전면 철회했다. 일본도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투명화법)을 통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