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3년 다니면 아파트 '거저' 삽니다"…파격 대우

입력 2023-05-22 09:14
수정 2023-05-22 14:11

중국 광둥성 둥관시의 신축 아파트 시세는 평(3.3㎡)당 4만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약 750만원 수준. 2~3인 가구가 사는 24평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1억8000만원 정도 든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시세 5 분의 1 수준으로 ‘거저’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화웨이 둥관시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옥스혼(Ox horn) 캠퍼스에서 3년 이상 일한 연구인력들이다. 이들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평당 8500~9000위안(약 160~170만원)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화웨이는 연구 인력들에게 이같은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하며 R&D에 힘을 쏟고 있다. 2조원 들인 유럽풍 캠퍼스지난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중국 광둥성 둥관의 옥스혼 캠퍼스는 화웨이가 얼마나 R&D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여의도 절반 크기의 180만㎡ 부지 전체는 유럽풍 마을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건물들은 이탈리아 베로나, 독일 하이델베르크 등 유럽의 고성을 본땄다. 푸른 잔디밭과 연못으로 꾸며진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빨간 전기 트램이 직원들의 이동수단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일에 집중하고 언제든 자연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캠퍼스 전체를 아름다운 유럽의 관광지처럼 꾸몄다”고 했다.



공사비만 100억위안(1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캠퍼스는 화웨이의 R&D 센터로, 2014년 착공해 2019년 완공됐다. 둥관 캠퍼스가 지어지면서 선전시의 화웨이 본사에서 일하던 R&D 인력 대부분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3만여명의 직원 중 2만5000여명이 R&D 인력이다. 주로 컴퓨팅, 전자, 자동화 등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으로, 시안전자과학대 졸업생이 많다.

캠퍼스가 위치한 둥관은 선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2선 도시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이나 베이징처럼 IT 메카로 알려진 1선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은 이 도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1선 도시의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자 선전 대신 근처 둥관에 대규모 캠퍼스를 지은 것이다. 매출 25%를 R&D에...미국 제재 '돌파구'둥관 캠퍼스에서도 보이듯, 화웨이는 R&D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화웨이의 R&D 투자금액은 2018년 1000억위안(19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1615억위안(30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의 삼성전자가 쓴 25조원보다도 많다.

화웨이가 R&D에 사활을 거는 배경엔 미국의 제재가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지자 화웨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



위기 상황에서 화웨이가 찾은 돌파구는 R&D 투자다.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 금액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화웨이에 65억5000만 위안(1조25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직원 자녀들은 칭화대 연계 명문 초중고 다녀화웨이는 좋은 R&D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직원 자녀들의 교육에도 신경쓴다. 직원 자녀들은 중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인 칭화대와 연계된 초중고등학교에 다닌다. 화웨이 직원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학교로, 칭화대가 직접 운영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교사의 자질이 최고 수준이고, 화웨이 직원이 아닌 다른 부모들도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연봉 수준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화웨이 관계자는 “보안 사항이라 연봉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고 말을 줄였다. 다만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들이 모여있는 선전시에서도 화웨이 직원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둥관=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