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0%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후폭풍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노인과 여성의 노동 참여 확대, 양질의 외국인 인력 유입 등 생산가능인구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30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차 KDI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에서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생산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205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0년대 경제성장률 7~8%에서 10년마다 2%포인트씩 떨어지며 2%대의 저성장으로 내려앉은 한국 경제가 30년 안에 ‘무(無)성장’ 시대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실장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뜻하는 ‘총요소생산성(생산성)’이 하락한 것을 저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2011~2019년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0.7%에 머물렀다. 경직적인 교육, 노동제도로 인해 인적자원 개발과 배분에 실패했고 기업의 진입·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KDI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0.7%에서 반등하지 못할 경우 2050년 경제성장률은 0% 내외로 떨어진다. 생산성 증가율이 1%로 반등해도 2050년 경제성장률은 0.5%에 머무른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2031년부턴 노동 공급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성장을 탈피하기 위해선 생산성 제고와 노동 공급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여성 및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 인력을 수용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