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역동성과 성장성을 지닌 기업들이 모인 시장입니다. 그런 회사들이 잘 크기 위해선 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시장 건전성이 확립돼야 앞으로 코스닥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김학균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사진)은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18년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외부 출신 인사다. 법조인이지만 한국은행을 거쳐 미국 법무법인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김 전 위원장은 “임기 동안 증시가 다양한 일을 겪다 보니 3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질 당시 임기를 시작해 유동성 장세를 지나며 코스닥시장의 등락을 지켜본 소회였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 등 사고가 잇달아 터지며 다사다난한 임기를 보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으로는 지난해 10월 12일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를 꼽았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대표 및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가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2년5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당시 17만 소액주주의 운명이 걸린 일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김 전 위원장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경과, 지속성, 자금조달 가능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심사하도록 전반적인 검토 절차를 개선했다”며 “신라젠과 같은 유사한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를 다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래가 밝은 기업을 키우는 것만큼 위험한 기업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발생한 부정거래는 105건. 이 중 78건이 코스닥시장에서 일어나 다수를 차지했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만 코스닥 기업들이 받는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전 위원장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엄격한 잣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건전성이 바탕이 되면 코스닥시장은 한 단계 더 진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쉬운 대목도 꼽았다. 그는 “예비 코스닥 기업들이 IPO 과정에서 받는 법률·회계 자문을 보다 선진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에 비해 국내 법무법인, 회계법인이 받는 자문료가 적은 만큼 양질의 컨설팅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는 “기억에 남으면서도 조금 아쉬운 사업”이라고 했다.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51개 우량주로 구성됐다. 코스닥 기업들이 받는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이었지만 증시가 약세였던 작년 말 시작하면서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며 “금융상품 연계를 위한 노력을 거래소 차원에서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