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안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가 재정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기준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는데도, 국회가 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 논의를 차일피일 미룬 탓이다. 정부가 공언한 재정준칙 법제화가 계속 미뤄질 경우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흔들리고 국채 조달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2월 임시국회 내 재정준칙 통과를 목표로 삼았지만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7일까지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지난 15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소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청회를 연 이후에 법안 심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 기재부 관련 공무원들이 6개월가량 기재위원들을 찾아가 설명해왔는데 뒤늦게 공청회를 열자고 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공청회가 필요하다면 2월 22일에 열고, 이달 내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토론자 섭외에 시간이 걸린다”며 거부했다. 기재위 관계자는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게 아니라 개정할 때는 공청회가 의무가 아닌 데다 이미 전문가 간담회와 콘퍼런스가 수차례 열렸다”며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도 재정준칙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재정준칙 처리를 미루기 위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공청회 시기는 일러야 3월이고 자칫하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3월 국회 처리도 쉽지 않다. 정치권에선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와 민주당의 반발 등 정치 이슈 때문에 국가재정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경제재정소위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재정준칙은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는 게 핵심이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이 비율을 ‘GDP 대비 2% 이내’로 더 엄격히 관리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 지출을 막는 안전판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