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업계도 신차 구매 '급브레이크'

입력 2023-01-09 18:27
수정 2023-01-10 01:12
신차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렌터카업체들이 고금리와 렌털 수요 감소로 차량 구매 계획을 확 줄이고 있다. 수익성 악화 탓에 보유 대수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자 부담으로 개인들이 신차 계약을 잇달아 취소하는 데 이어 법인마저 신차 구매를 사실상 ‘올스톱’하면서 시장은 더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은 올해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지난해 초 연 1%대에서 최근 8%대로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로 인해 사업 계획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계속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2위 업체인 SK렌터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해도 긴 신차 출고 대기에 지친 고객의 장기 렌터카 수요를 잡기 위해 물량을 대규모로 선점했다. 최근엔 비용 부담 탓에 보유 대수를 기존보다 줄이기로 했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연도 신차 구매 ‘전략 물량’을 미리 정하는데, 고객 수요 감소가 예상돼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캐피털사도 렌털 차량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렌터카업체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렌터카업체는 통상 신차를 구매하면 4년가량 렌털 수익을 낸 뒤 중고차로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다. 렌털 수익과 중고차 매각대금이 7 대 3 정도다. 그러나 고객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달 금리는 급등하고, 중고차 가격마저 떨어지면서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000여 개 렌터카사업자 중 950곳은 1000대 미만 보유한 영세업체여서 고금리로 인한 타격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를 기다리던 계약 물량을 전면 취소한 업체까지 있다”며 “렌터카업계의 연간 신차 구매량은 9만 대 안팎으로 증가했지만, 올해는 사별로 30% 이상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