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구독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추진한다. 차세대 D램 패키지, 데이터저장장치(SSD) 같은 고성능컴퓨팅(HPC)용 메모리반도체를 구글 같은 클라우드업체에 빌려주고 구독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고객사는 초기 반도체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삼성은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해 ‘윈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램, 낸드플래시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신사업으로 반도체 구독 서비스 사업을 선정하고 실행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렌털 신사업을 ‘MaaS’(Memory as a Service)로 이름 붙이고 지난 11월 개최한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소개했다.
핵심은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주력 서비스인 ‘구독형 소프트웨어사업(SaaS: Software as a Service)’을 반도체 사업에 이식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월 구독료를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삼성전자도 고성능 SSD, CXL D램 같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아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렌털 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전체 D램 매출의 ‘10% 이상’을 거두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30년간 메모리반도체 점유율(매출 기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은 삼성전자가 수성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사전에 계약한 가격으로 장기적인 구독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클라우드업체 등 고객사도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꾸준한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 시장 성격이 범용이 아니라 ‘특화 제품’ 중심으로 바뀌면서 개발비용과 판매가격 등도 올라가고 있다”며 “제조사는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고객사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