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을 막고 주택 구매 수요를 진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과 수요 측면의 불합리한 복합 규제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거래 물량도 위축됐다”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일시에 제거하다 보면 시장 혼란으로 결국 국민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 시장 정상화의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동산 문제가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금융 안정 차원에서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 안정 차원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중요하다”며 “대출 규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완화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지만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 1주택자로 한정돼 있어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허용된다면 지금보다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신규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상황에서 실수요자든 다주택자든 빚을 내서 추가로 주택을 구매할 여력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 대출 금리 부담을 완화해주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내년 한시적으로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특례 보금자리론’을 도입하는 등 정책금융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보금자리론) 이용 자격이 주택 가격 6억원까지인데 이를 한시적으로 9억원까지 올리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시중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집을 마련할 때 요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내년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보금자리론을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