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는 입버릇처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가꾸고 떳떳하게 물러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한다. 신입사원부터 35년 동안 KT에서 일한 터라 회사와 선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회사 내부 상황과 핵심 사업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재직 기간 전략, 투자, 영업 등 회사 주요 보직을 모두 경험한 덕이다. 이 때문에 신속하고 명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게 KT 안팎의 중론이다.
KT의 한 임원은 “경영진 회의나 보고할 때 구 대표가 담당 임원 이상의 지식을 갖고 솔루션을 제시할 때가 많다”며 “사업의 디테일한 내용까지 알고 있어 보고 시 당황하는 임원도 많다”고 전했다. 지승훈 KT 자금IR담당 상무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역사를 깊이 알고 있어 놀란 적이 많다”며 “구 대표의 학식이 사업에 대한 혜안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도 구 대표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올해 전국 광역본부 등 임직원 업무 현장을 방문해 토크 콘서트 ‘생각 나누기’를 열었다. 현장에서 접착메모지로 질문을 받아 회사 경영 현안 등을 상세하게 공유했다. 양율모 KT 홍보실장(전무)은 “현장을 찾을 때마다 직원들과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다”며 “무거운 아젠다가 논의되는 사내 임원회의 자리에서도 언어유희나 가벼운 장난으로 모든 참석자가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팀 KT’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도 끌어내고 있다. KT의 성장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의 방향을 설정한 뒤 최고경영자(CEO) 레터, 사내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고객발 자기혁신’ 등 사내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공로자를 포상해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