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국은 사업장 규모뿐 아니라 창업 시기와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근로기준법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에는 컴퓨터 관련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화이트칼라 면제근로자 제도’가 있다. 연봉 9만8909달러(약 1억4100만원) 이상 근로자는 초과 근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숙련 근로자로서 업무상 재량권을 가지고 지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영국도 주 48시간 ‘옵팅아웃 제도’를 운영한다. 근무 시간을 근로자 개인의 선택으로 두면서 주 48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근무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고, 근로자 본인이 근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독일은 창업 4년 이하 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최대 4년까지 기간제 근로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생기업은 재정 능력이 부족해 모든 직무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연 1075만엔(약 1억400만원) 이상 받는 근로자가 전문 업무에 종사할 경우 근로 시간 규정 적용의 예외가 된다.
한국에서도 정보기술(IT) 개발 업무 등이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을 감안해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고객 피드백 수용과 개선이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 디지털산업과 스타트업에선 근로 시간을 예측해 사전에 결정하는 게 어렵다”며 “이들 회사엔 노동 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