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다음 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기조' 유효성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중앙은행(Fed)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라며 "한은은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다음 주 금통위까지 2∼3주 시간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면서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 또한 한은의 큰 의무"라고 덧붙였다. 환율 상승 흐름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먼저 "이번 FOMC 회의에서의 정책금리 75bp(1bp=0.01%포인트) 인상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나 향후 금리 전망 및 파월 의장 발언 등이 매파적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점도표상 정책금리 전망 수준(중간값 기준)이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큰 폭 상향 조정된 가운데 파월 의장이 정책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총재는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속되면서 큰 폭의 정책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Fed의 정책금리 긴축의 폭과 속도에 대한 기대변화, 달러·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에 따라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그는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른 단계별 비상계획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금융·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부와 긴밀히 공유·협력하고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