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산만 513억…주택 40채 보유한 강남구청장

입력 2022-08-03 13:48
수정 2022-08-03 14:36

전국 광역자치단체장과 서울·경기 기초단체장들의 부동산 자산이 국민 평균보다 6배 넘게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17명과 서울·경기 기초자치단체장 56명 등 총 73명에 대한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경실련에 따르면 당선자 1인 평균 부동산 재산은 23억1000만원으로 국민 평균보다 6배 넘게 많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나타난 국민 평균 부동산 재산은 3억7000만원이었다.

당선지역별로는 서울 기초단체장이 평균 38억2500만원의 부동산 재산을 보유했고 이어 광역단체장이 23억300만원, 경기단체장이 10억8800만원 순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지역의 단체장이 부동산 재산도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체 재산 대비 부동산 재산 비중도 서울 기초단체장이 98%로 광역단체장(96%), 경기 기초단체장(80%)보다 높았다.

가장 많은 부동산 재산을 가진 당선자는 조성명 강남구청장이었다. 조 구청장은 건물 352억원, 토지 160억8000만원 등 부동산 재산만 약 513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 구청장은 주택과 오피스텔 재산으로 총 57억7000만원 신고했다. 강남 도곡동 아파트 1채와 고양시 일산서구 및 강원도 속초 오피스텔 39채 등 총 40채를 신고한 조 구청장은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계산할 경우 주택 40채를 보유한 셈이다.

이 밖에도 조사대상자 과반인 47명(64%)은 다주택을 보유하거나 상가·빌딩·대지·농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측은 “부동산 재산 상당 부분이 실사용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임대사업을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당선자들이 과연 자치단체장인지 부동산 사업자인지 혼란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당별 1인 평균 부동산 재산은 국민의힘이 27억8000만원, 더불어민주당이 10억5000만원이었다. 당선지역·단위별 평균 부동산 보유액은 서울 기초단체장이 39억원, 전국 광역자치단체장이 23억원, 경기기초단체장이 11억 순이었다.

경실련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직자들은 부동산 실사용 여부를 밝히고 임대용 부동산은 즉시 매각할 것, △각 정당은 공천기준을 강화해 사업가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일꾼을 공천할 것 △재산은닉을 위한 고지 거부 폐지하고 축소 없이 사실대로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경실련은 정확한 공직자 재산 신고를 위해 가족 재산에 대한 고지 거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가족 재산 고지 거부는 재산 은닉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조사대상자 가운데 총 19명이 가족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