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난 5, 6월에 이어 7월에도 적자를 냈다.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수출 텃밭인 중국에서마저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달 5억7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5월 10억9000만달러 적자, 6월 12억1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3개월째 적자다. 3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2년 8~10월 후 처음이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32억4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 줄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봉쇄에 나서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34.1%), 자동차 부품(-24.9%), 석유화학(-14.1%) 등 주요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38억18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9.9% 늘었다.
한국의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달러였다. 수출액은 7월 기준 역대 최대였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이후 4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후 14년 만이다.
수입액 급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게 주요인이다. 지난달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97억1000만달러)보다 87억9000만달러 늘어난 185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1~7월 누적 무역수지는 150억2500만달러 적자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후 66년 만의 최대다.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 2008년(132억7000만달러 적자) 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 무역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재정적자+경상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