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체인 ‘칩4’ 참여 여부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한국·미국·일본·대만 4국 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칩4)’를 추진하자고 제안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미국의 제안은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공급망 다변화 등의 협력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제안은 산업 증진에 방점을 둔 것으로 중국을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국이 칩4에 참여하면 중국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중국과 대립하는 방식으로 칩4가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칩4 동맹 동참 여부를 이달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어 “미국도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제3의 교역국인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현안 보고 자료를 통해 “중국이 오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중국과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한 소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과 관련해서는 “출범 공동선언문에 명시된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 대상에 포함할 의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4개 분야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이다. 박 장관은 “IPEF 협의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IPEF의 포용성·개방성을 바탕으로 중국 등 비참여국과의 소통 및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보고했다. 박 장관은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운영난이 가중됐다”며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대러 수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러 교역 비중(1.7%)을 감안할 때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박 장관은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원전,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방산 등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