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티켓팅을 해야 하거든요."
최근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유행어처럼 나오는 말이다. 지난달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며 비장한 표정을 짓던 한 관계자에 이어 며칠 전에는 또 다른 이가 영탁 콘서트 예매 전쟁에 뛰어든다며 굳은 손가락을 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공연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K팝 그룹은 물론, 트로트 가수들까지 줄줄이 콘서트를 개최하며 팬들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억눌렸던 오프라인 활동이 급증하면서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렸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반대로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터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월~6월)에 개최된 콘서트 공연의 판매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콘서트 상품 개수도 지난해 246개에서 353개로 43.5%나 뛰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K팝 그룹 및 페스티벌 외에도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트렸고, 이에 따라 큰 규모의 팬덤이 형성된 영향이다. 방송 이후 공연 개최가 번번이 불발되면서 쌓인 팬들의 공연 갈증이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미스터트롯' 등 경연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트로트 가수의 인기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팬덤형으로 성장하면서 공연계의 새로운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성이 단발성 행사로 이어지던 과거의 흐름과 달리, 이제는 탄탄한 팬덤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형 공연장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콘서트를 열고 있다.
최근 임영웅 광주 콘서트 티켓으로 효도했다는 30대 송 모 씨는 "공연이 끝날 즈음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똑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응원봉을 든 분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라. 아이돌 콘서트장에 온 줄 알았다"고 전했다.
영탁, 임영웅, 김호중은 각각 7~9월 서울 공연을 개최하는데 장소가 무려 약 1만4000석 규모를 자랑하는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이다. 영탁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임영웅·김호중도 치열한 예매 경쟁이 예상된다.
K팝 가요기획사들 역시 투어를 재개하며 오프라인 공연 수익 증대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와 동시에 장르를 불문하고 일제히 콘서트 개최 열망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팬들에게 티켓 경쟁이 있다면, 업계에선 대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형 공연이 가능한 경기장은 프로야구, K리그 일정이 우선이라 서울 외에도 수도권역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