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부끄럽다"…성폭력 파문에 분노한 포스코 직원들 [김익환의 직장인워치]

입력 2022-06-24 10:21
수정 2022-06-24 13:19

"사내 성폭행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더니 뉴스가 나오니까 발칵 뒤집히고 이게 회사냐, 부끄럽다."

"포스코 조직문화가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동료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의 뒤늦은 대처와 미온적 대응에 분노를 쏟아낸 포스코 직원들도 적잖았다.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포스코에 대한 비판글이 쏟아졌다.

24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7일 경찰에 고소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한 혐의로 직원 1명도 고소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전날 김학동 대표이사(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의 대응에 대한 직원들 불만은 상당했다. A여직원은 지난해 C직원으로부터 언어적 성희롱 피해를 입은 직후 정도경영실에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직원은 감봉 3개월의 처벌을 받았고, 해당 여직원은 부서를 옮겼다 하지만 여직원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본인 요청에 의해 석 달 만에 원래 보직으로 복귀했다.

여직원 A씨는 최근 B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를 본 주변 동료가 A씨의 피해 사실을 제철소장, 김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알렸다. 회사는 이후 관련자들에 대해 보직 해임을 했고, 해당 여직원은 휴직했다.

포스코 직원들은 이번 사안의 책임부서인 정도경영실에 대해 불만이 컸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회사가 내세운 경영이념인 기업시민, 정도경영은 다 의미 없는 얘기가 됐다"며 "제일 먼저 일을 덮으려고 했던 곳이 회사 감찰(정도경영실 등) 부서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김학동 부회장의 사과문을 놓고도 직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김 부회장은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회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성폭력, 직장내 괴롭힘 예방 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해서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회사 내에 성윤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부회장 본인은 잘못이 없고, 모두 직원들 성윤리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제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